대전시 외곽 대둔산 자락에 있는 고등학교가 있다. 대전시 중구 안영동 한적한 곳에 있는 한빛고다. 남녀공학인 이 학교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리적 여건 등 불리함 극복하고 일군 성과 #학교 이사장, 기숙사 짓고 체계적 진학 지도 #태권도·댄스스포츠, 다도 등 인성교육도 활발
그런데 한빛고는 이번 입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2020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 4명, 성균관대 1명, 연세대 1명, 고려대 4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1명, 한의대 1명, 의대 1명 등에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학교 3학년은 8개 반(198명)으로 대전지역 다른 일반계 고교보다 규모가 작다.
이 학교 홍사건(68) 이사장은 “서울대 진학생 4명을 한꺼번에 배출하기는 1989년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에서 일군 결실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지방 국립대 등의 합격자까지 합하면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학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입학 직후부터 학생 특성에 맞는 진로·진학 방향을 설정한다. 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워크숍은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교육과정은 학력 정도에 따라 기초와 기본·심화 등 3단계로 운영된다. 기초 학력 프로그램은 학생이 교육에 적응할 수 있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본 학력 증진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간 멘토·멘티 활동, 교과 주제별 소그룹 협력학습(스터디 그룹) 등을 하고 있다.
심화 학력 증진 프로그램은 교과목 간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게 핵심이다. 이 학교 안진호 교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별도의 캠프를 열고 해외 자매 결연학교 방문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81명을 수용하는 기숙사(인재원)가 있다. 홍 이사장이 2015년 35억원을 들여 지었다. 기숙사에는 자료실과 세미나실 등을 갖췄다. 학교 측은 “기숙사는 학력 증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학년별 전담교사제를 통해 집중 관리를 받는다.
인성교육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주 1시간씩 태권도를 배운다. 졸업 때까지 태권도 1단을 딴다. 전교생은 또 격주로 1시간씩 댄스 스포츠를 익힌다. 전교생 장애인 체험과 다도(茶道) 등 전통문화 배우기, 한빛에코힐링워킹 프로그램, 전통 성년례 등도 있다. 다양한 융합 지식을 육성하기 위한 토론과 글쓰기 과정도 운영된다. 홍 이사장은 “스포츠는 체력은 물론 리더십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2000년 학교를 인수한 홍 이사장은 학교 시설과 환경 개선에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학교 안팎에 소나무·편백나무·백일홍·단풍나무·화살나무 등 5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25m가 넘는 소나무만 200그루가 넘는다. 홍 이사장은 "학교와 학교 주변이 수목원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학교 중앙에는 높이 35m의 국기봉이 설치돼 있다. 태극기의 폭은 8m다. 국내 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큰 태극기가 걸려 있다고 한다. 학생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설치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홍 이사장은 “기업에서 우선 ‘하드웨어’가 제대로 갖춰져야 ‘소프트웨어’도 발전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시설을 잘 갖춰야 교육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