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한국수채화작가회장
누구나 언젠가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뭘까’라는 질문과 일대일 ‘결투’로 대면한다. 인생 100세 시대다. 새로운 인생 라운드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펼쳐진다. 흐릿한 어렸을 때 꿈을 되살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취미가 인생 하반기나 삼사분기 이후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모험의 여정으로 떠날 수도 있다.
건국대 이사장 지낸 서양화가 #덧칠하는 유화와 달리 단숨에 완성 #수채화 누구나 즐기는 창의적 예술 #‘살 만한 세상’ 메시지 던지려 붓질 #“그림 속에 자랑스런 영혼의 고백” #중국 전시회선 호평 쏟아지기도
우리가 초·중·고 때 이미 접한 수채화는 어떨까. 서양화가인 김경희 한국수채화작가회 회장(전 건국대 이사장)만 해도 그림을 사랑했지만, 2001~2017년에는 교육행정가로서 건국대를 이끌었다. 김경희 작가의 예술적 감각은 건국대 르네상스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건국대 병원 신축, 스타시티와 국내 최초의 도심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500’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아쉽게도 교육행정을 맡았을 때는 붓을 드는 게 쉽지 않았다.
#100세 시대 노령층엔 인간미도 선사
김경희 작가는 우리나라를 넘어 중국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그림의 세계로 귀환한 그는 중국에서 이런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랑의 온도가 있는 치열한 사랑을 볼 수 있다. 그의 예술언어 속에 숨어있는 꿈의 날개도 볼 수 있다.”(저우경신 중국 장쑤성(江蘇省) 미술가협회 주석) “김 작가의 그림은 야성적이고 매우 선명한 색깔과 풍부한 내면적 풍경이 함께 어울려져서 동양 여성 특유의 성숙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김 작가의 그림엔 자랑스러운 영혼의 고백이 있다.”(장이빈 중국 남경대 당서기) 수채화의 세계가 궁금해 서양화가인 김경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 좋아하는 노래는?
- “유명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리드보컬인 태연양이 부른 ‘수채화(Love in Color)’라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을 한다. ‘마치 투명한 색깔로 촉촉이 스며와 서로에게 물들던 시간들 채워지던 사랑, 빛 내 맘속 선명했던 사랑이…’
- 이 노래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 "애들이 따라 부르길래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됐다(웃음).”
- ‘인생 100세 시대’라는 인구학적 변화에 수채화라는 예술 장르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인생의 두 번째, 세 번째 라운드에서 수채화는 대중 친화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 "예술에는 나이가 없다. 어린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젊은 층은젊은층대로, 장년층과 노령층은 또 그분들 나름대로 예술, 특히 회화를 가까이하셨으면 좋겠다. 회화는 아이들과 젊은 층에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노령층에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어른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어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수채화의 경우, 오랜 시간을 두고 계속 덧칠을 해가면서 완성하는 유화와는 달리, 단숨에 완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화보다 역동적일 수 있다. 수채화가 유화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는 것도 수채화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 수채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 "일반인들께서 수채화가 특정한 틀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일반인은 중·고교 시절에 단순하고 정형화된 수채화만을 접했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수채화는 연령이나 성별에 구분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회화의 한 분야다. 모든 장르의 회화가 그렇듯이 개성과 창의성이 매우 강조되는 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한다면?
- “그림은 환희이고 꿈이며 사랑이고 희망이다. 저는 인간의 본성이 ‘따스함’과 ‘부드러움’에 있다고 늘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아갈 이 인간 세상에 절망과 분노, 슬픔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는 이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희망과 사랑, 꿈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던져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붓을 들고 있다.”
- 작품에 필요한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
- “보는 것마다 항상 그림하고 연관 지어 생각한다. ‘이렇게 보이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을 한다.”
- 작품에 많은 것을 단순하고,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반대로 메시지를 집중해서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
- “그것은 작가가 작풍에 따라서 또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다.”
- 보통 한 달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지.
- “작품은 일주일에 몇 개도 그릴 수 있고 안될 때는 한 달에 한두 개도 어려울 때가 있다.”
#내년 5월 열한 번째 개인 초대전 열 것
- 작품에 몰입할 때 식사나 잠은?
- “적당히 먹고 잠도 잘 자기 위해 노력하지만, 작품에 빠지면 쉽지 않다. 좀 불규칙하다. 소설가나 시인 등 글 쓰시는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학교 이사장으로 일할 때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또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서양 화가로서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그게 제일 힘들었다.”
- 역사가나 정치가는 과거·현재·미래를 염두에 두는데 서양화가들은?
- “아무래도 시대에 대한 의식은 늘 깔렸다고 생각한다.”
- 김경희 작가는 건국대 이사장으로서 서울 광진구의 지도를 바꿔놓은 랜드마크 스타시티를 개발하고 건국대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실 게 있다면?
- "스타시티 개발사업은 불가능을 극복한 대역사이며, 건국대가 명실상부한 국내 사립대학으로 거듭나는 대전환의 계기였다. 개발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이 많았다. 이루 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발로 뛰었다. 인허가 과정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교육용 부지를 상업 및 주거용으로 변경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절감했다. 그럴 때마다, 설립자이자 시아버님이신 상허 유석창 박사님을 떠올렸다. 저에게는 머뭇거릴 여유도, 절망에 빠져 있을 시간도 없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 독자들에게 강조하실 말이 있다면?
- “우리 모두 항상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희망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기 위해, 2020년 5월 예정으로 열한 번째 개인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김경희 작가 10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합동전시회를 가진 중견 서양화가. 미술에 매료돼 대학 4학년 때 국전에 입선했다. 그가 회장인 한국수채화작가회는 한국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단체다. 1984년 창립 이래 국내정기전·특별전, 일본문화원 초대전(1985년), 프랑스 5개 도시 순회전(1987년) 등 해외전을 통해 한국수채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투명수채화 기법 등 독창적 표현 기법 개발과 과슈·템페라·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의 실험적 탐구로 수채화 세계의 영역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이사장을 맡아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