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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붓 들면 절망·분노 사라지고, 꿈·사랑 밝게 채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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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호 22면

김경희 한국수채화작가회장

누구나 언젠가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뭘까’라는 질문과 일대일 ‘결투’로 대면한다. 인생 100세 시대다. 새로운 인생 라운드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펼쳐진다. 흐릿한 어렸을 때 꿈을 되살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취미가 인생 하반기나 삼사분기 이후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모험의 여정으로 떠날 수도 있다.

건국대 이사장 지낸 서양화가 #덧칠하는 유화와 달리 단숨에 완성 #수채화 누구나 즐기는 창의적 예술 #‘살 만한 세상’ 메시지 던지려 붓질 #“그림 속에 자랑스런 영혼의 고백” #중국 전시회선 호평 쏟아지기도

우리가 초·중·고 때 이미 접한 수채화는 어떨까. 서양화가인 김경희 한국수채화작가회 회장(전 건국대 이사장)만 해도 그림을 사랑했지만, 2001~2017년에는 교육행정가로서 건국대를 이끌었다. 김경희 작가의 예술적 감각은 건국대 르네상스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건국대 병원 신축, 스타시티와 국내 최초의 도심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500’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아쉽게도 교육행정을 맡았을 때는 붓을 드는 게 쉽지 않았다.

#100세 시대 노령층엔 인간미도 선사

한국수채화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은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던져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붓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한국수채화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은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던져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붓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김경희 작가는 우리나라를 넘어 중국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그림의 세계로 귀환한 그는 중국에서 이런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랑의 온도가 있는 치열한 사랑을 볼 수 있다. 그의 예술언어 속에 숨어있는 꿈의 날개도 볼 수 있다.”(저우경신 중국 장쑤성(江蘇省) 미술가협회 주석) “김 작가의 그림은 야성적이고 매우 선명한 색깔과 풍부한 내면적 풍경이 함께 어울려져서 동양 여성 특유의 성숙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김 작가의 그림엔 자랑스러운 영혼의 고백이 있다.”(장이빈 중국 남경대 당서기) 수채화의 세계가 궁금해 서양화가인 김경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좋아하는 노래는?
“유명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리드보컬인 태연양이 부른 ‘수채화(Love in Color)’라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을 한다. ‘마치 투명한 색깔로 촉촉이 스며와 서로에게 물들던 시간들 채워지던 사랑, 빛 내 맘속 선명했던 사랑이…’
이 노래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애들이 따라 부르길래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됐다(웃음).”
‘인생 100세 시대’라는 인구학적 변화에 수채화라는 예술 장르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인생의 두 번째, 세 번째 라운드에서 수채화는 대중 친화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예술에는 나이가 없다. 어린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젊은 층은젊은층대로, 장년층과 노령층은 또 그분들 나름대로 예술, 특히 회화를 가까이하셨으면 좋겠다. 회화는 아이들과 젊은 층에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노령층에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어른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어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수채화의 경우, 오랜 시간을 두고 계속 덧칠을 해가면서 완성하는 유화와는 달리, 단숨에 완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화보다 역동적일 수 있다. 수채화가 유화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는 것도 수채화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수채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일반인들께서 수채화가 특정한 틀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일반인은 중·고교 시절에 단순하고 정형화된 수채화만을 접했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수채화는 연령이나 성별에 구분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회화의 한 분야다. 모든 장르의 회화가 그렇듯이 개성과 창의성이 매우 강조되는 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한다면?
“그림은 환희이고 꿈이며 사랑이고 희망이다. 저는 인간의 본성이 ‘따스함’과 ‘부드러움’에 있다고 늘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아갈 이 인간 세상에 절망과 분노, 슬픔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는 이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희망과 사랑, 꿈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던져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붓을 들고 있다.”
작품에 필요한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
“보는 것마다 항상 그림하고 연관 지어 생각한다. ‘이렇게 보이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을 한다.”
작품에 많은 것을 단순하고,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반대로 메시지를 집중해서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
“그것은 작가가 작풍에 따라서 또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다.”
보통 한 달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지.
“작품은 일주일에 몇 개도 그릴 수 있고 안될 때는 한 달에 한두 개도 어려울 때가 있다.”

#내년 5월 열한 번째 개인 초대전 열 것

난징대 전시회에 앞서 김경희 작가(오른쪽 넷째)가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사진 김경희]

난징대 전시회에 앞서 김경희 작가(오른쪽 넷째)가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사진 김경희]

작품에 몰입할 때 식사나 잠은?
“적당히 먹고 잠도 잘 자기 위해 노력하지만, 작품에 빠지면 쉽지 않다. 좀 불규칙하다. 소설가나 시인 등 글 쓰시는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학교 이사장으로 일할 때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또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서양 화가로서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그게 제일 힘들었다.”
역사가나 정치가는 과거·현재·미래를 염두에 두는데 서양화가들은?
“아무래도 시대에 대한 의식은 늘 깔렸다고 생각한다.”
김경희 작가는 건국대 이사장으로서 서울 광진구의 지도를 바꿔놓은 랜드마크 스타시티를 개발하고 건국대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실 게 있다면?
"스타시티 개발사업은 불가능을 극복한 대역사이며, 건국대가 명실상부한 국내 사립대학으로 거듭나는 대전환의 계기였다. 개발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이 많았다. 이루 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발로 뛰었다. 인허가 과정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교육용 부지를 상업 및 주거용으로 변경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절감했다. 그럴 때마다, 설립자이자 시아버님이신 상허 유석창 박사님을 떠올렸다. 저에게는 머뭇거릴 여유도, 절망에 빠져 있을 시간도 없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독자들에게 강조하실 말이 있다면?
“우리 모두 항상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희망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기 위해, 2020년 5월 예정으로 열한 번째 개인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김경희 작가 10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합동전시회를 가진 중견 서양화가. 미술에 매료돼 대학 4학년 때 국전에 입선했다. 그가 회장인 한국수채화작가회는 한국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단체다. 1984년 창립 이래 국내정기전·특별전, 일본문화원 초대전(1985년), 프랑스 5개 도시 순회전(1987년) 등 해외전을 통해 한국수채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투명수채화 기법 등 독창적 표현 기법 개발과 과슈·템페라·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의 실험적 탐구로 수채화 세계의 영역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이사장을 맡아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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