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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농업, 中은 제조업 챙겼지만···무역전쟁 '스냅백' 남아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21개월 만에 휴전에 들어간다. 미국은 농업에서, 중국은 제조업에서 실리를 챙겼다. 적어도 미국 대선(내년 11월)까지는 휴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기업 뒤를 봐준다는 미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 농산물 대량 구매…미, 수입 관세 인하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현안에 대해 1차로 합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합의에 따라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500억 달러어치(약 59조원) 구매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 시장 개방 폭을 넓히는 문제도 중국이 수용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춘다. 고율(15~25%)의 관세를 부과해 온 3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기존 관세는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15일부터 새로 부과하려 했던 관세도 보류된다. 당장 중국에서 만든 애플 아이폰이 혜택을 받는다. 로이터 통신은 아이폰, 장난감 등 16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가 보류됐다고 전했다.

공식적인 서명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연출을 할지가 관건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하면 미 무역대표부 대표(로버트 라이트 하이저)와 미국 주재 중국 대사(추이톈카이)가, 중국에서 하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되돌릴 수도 있는 합의…근본 문제는 남아

양국의 휴전에는 미국 대선이 큰 몫을 했다. 이미 미국인의 생활 깊숙이 들어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소비재 가격이 오르면서 내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 등 기존 정책의 약효가 약해지고 있는 점도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 대통령'은 트럼프가 놓을 수 없는 선거 전략이다. 규모로만 보면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못 견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6%대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대미 수출 규모의 유지가 결정적 변수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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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합의안에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른바 '스냅백'(Snap back) 조항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G2의 주도권 싸움은 진행형이다. 미국 무역 적자의 60%가량이 중국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를 앞세워 첨단 산업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 기업의 성장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2차 협상에서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 문제나 투명성 개선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마이언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폴리티코를 통해 "어느 정도의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은 양국과 세계 경제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아직도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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