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20 경제전망]자동차 수요 내년에도 현상 유지…“성장해도 1% 안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내년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은 각종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외자계 완성차 업체의 부진이 계속될 거란 예측이 많다. 사진은 울산 수출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현대차 차량들. [연합뉴스]

내년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은 각종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외자계 완성차 업체의 부진이 계속될 거란 예측이 많다. 사진은 울산 수출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현대차 차량들. [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은 안개 속,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양극화’

2016년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 #내수 다소 늘어도 수출은 줄 듯

올해 예상치를 넘어선 부진에 시달린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현상 유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차는 소폭 반등하겠지만, 나머지 외자(外資)계 완성차 업체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2020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세계 자동차 수요가 1% 이내로 성장해 ‘현상 유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종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비 5% 이상 축소될 전망이다. 주요 기관이 1% 내외 성장을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부진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와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차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수요·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또 “2016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내년에도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 한국 자동차, 생산·수출 줄고 수입은 늘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한국 자동차, 생산·수출 줄고 수입은 늘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올해의 기저(基底) 효과로 다소 성장하겠지만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외자계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예측에 따르면 내년도 한국 자동차 생산은 394만여대로 올해보다 1.5% 감소할 전망이다. 내수는 178만여대로 올해(175만여대)보다 다소 늘겠지만 수출은 242만여대로 0.8%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글로벌 시장은 계속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수출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기아차보다 한국GM·르노삼성 등 외자계 완성차 업체의 수출 물량이 없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 파트너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2018~2022년 사이 한국·일본과 미국 자동차 수요는 감소하고 유럽은 소폭 성장에 그치는 등 선진국 시장의 정체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세계 수요는 다소 늘겠지만 성장세는 아프리카·중동, 남미, 동남아 등 신흥시장 중심일 것이란 게 알릭스 파트너스의 전망이다.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반등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창안기차(長安汽車)의 완성차 조립 모습. 문희철 기자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반등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창안기차(長安汽車)의 완성차 조립 모습. 문희철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 역시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을 어둡게 봤다.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감소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브라이언 콜턴 피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자동차 산업은 다른 제조업 대비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봐도 반등은 어렵고 보합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하락 폭이 워낙 커 내년에는 다소 반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중국과 인도 등이 비정상적으로 판매가 감소한 터라 내년엔 반등 가능성을 크게 본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현대·기아차의 SUV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 신모델 등 수익성 높은 모델들이 늘어나면서 판매 대수 대비 수익성은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자동차 시장신흥시장 성장하고 북미·한국·일본은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자동차 시장신흥시장 성장하고 북미·한국·일본은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 센터장은 “다만 전기차 등 미래 차 혼합현상과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완성차 업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해 전체 산업에서는 부정적 요소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내년 자동차 산업은 올해의 기저효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인도 등 올해 부진했던 시장들이 살아나면 수출에서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