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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은행권…ELS 신탁은 계속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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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43조원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은행권이 한숨을 돌렸다. 금융당국이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ELT) 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11월말 잔액 한도 내서 판매 허용 #원금 20% 손실 우려 땐 ‘고난도’로

금융위원회는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계기로 지난달 14일 발표한 투자자 보호조치의 수정판이다.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은행별 판매 규모는 지난달 말 잔액 이내로 제한된다. 총량 이내에서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있지만 한도를 넘을 수는 없다.

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는 다섯 가지로 한정된다. 국내 증시의 코스피200과 미국의 S&P500, 유럽의 유로스톡스50, 일본의 닛케이225, 홍콩의 항셍지수다. 이런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손실배수가 1 이하인 파생결합상품은 은행에서 팔 수 있다.

투자자 보호는 대폭 강화했다. 은행은 고객의 신중한 투자결정을 위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하고(투자숙려제) 고객의 말을 녹취해서 보관해야 한다. 이런 상품을 고객에게 팔 수 있는 은행 직원은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인력으로 제한된다.

파생상품을 담은 투자상품 가운데 원금의 20% 넘게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면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했다. 원금의 80% 이상 보장된다면 고난도 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은행이 고난도 상품을 팔 때는 고객에게 반드시 투자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이거나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주가지수를 단순히 추종하는 펀드(ETF)는 고난도 금융상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탁은 은행 예금과 달리 투자 결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ELS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주로 팔았다. 판매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2조8600억원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신탁 상품의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던 은행권은 이번 조치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은행권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ELT 판매가 허용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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