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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원 시장 지키며 한숨 돌린 은행…지수 ELS 신탁 제한적 판매 가능

중앙일보

입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 이행 협조'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 이행 협조'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43조 신탁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은행권이 한숨돌렸다. 금융당국이 공모형 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ELT) 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ELS를 편입한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 여부였다.

 개선안에 따르면 기초자산을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5개(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로 한정한 가운데 공모로 발행되고 손실 배수가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담은 신탁 상품은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다. 다만 판매 규모는 올해 11월말 은행별 잔액 이내로 제한된다. 총량 이내에서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을 수는 없다.

 당국과 은행권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 금융위는 또 ELT를 판매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는 녹취ㆍ투자 숙려제도를 적용토록 하고, 신탁 상품 설명서와는 별개로 신탁에 편입되는 고난도 상품(공모)에 대한 투자설명서도 반드시 교부하도록 했다.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인력만 이런 상품을 팔도록 하는 한편, 신탁 편입 자산에 대한 투자권유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등 판매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이번 방안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계기로 지난달 14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조치 방안의 수정안이다. 금융당국이 1대1 맞춤형 상품인 신탁 ‘사모’의 범주로 해석해 은행의 신탁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은행에서 얼마나 팔렸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은행에서 얼마나 팔렸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탁은 고객의 돈을 비롯해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은행에 맡기면 보수를 받고 운용ㆍ관리해주는 상품이다. 운영 목적이나 투자 방식에 따라 증여ㆍ부동산ㆍ특정금전신탁 등 다양하다. 말하자면 ‘종합자산관리계좌’의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은 ELS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 그 규모만 지난 6월말 기준 42조8619억원에 이른다. ELS 상품(ELT) 판매액만 40조3615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ELT판매가 금지되자 은행권의 반발은 거셌다.  은행권 수수료 수익의 주된 부분을 차지한 ELT 판매 길이 막힐 것이란 우려 탓이다. 4000억원 규모의 신탁수수료(통상 1%)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투자자 불편 우려도 커졌다. ELT 판매가 제한되면  ‘예금금리+알파(α)’의 수익을 기대하며 ELS에 투자하려는 소비자는 운용사 보수 등 수수료를 더 내고 펀드(ELF)에 가입해야 해서다.  증권사 등이 많지 않은 지역의 고객의 번거로움이 커질 수도 있었다.

 공모형 지수 ELS의 제한적 신탁 판매가 허용되며 은행권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은행권의 입장을 수용해 ELT판매가 허용이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ELT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더 강화된 투자자보호장치를 마련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함께 고난도금융상품에 대한 규정을 보다 명확히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고난도 금융상품은 파생상품을 내재한 상품(파생상품ㆍ파생결합증권ㆍ파생형 펀드) 가운데 최대 손실 가능성이 원금의 20% 이상인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내재했더라도 원금 최대 손실가능성이 20% 이하면 고난도금융상품에서 제외된다.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실물투자상품이나 주식형ㆍ채권형ㆍ혼합형 펀드, 주가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펀드(ETF) 도 고난도 금융상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또 은행 등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구체적으로 요구해 만들어 파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규제는 OEM 펀드에 대한 자산운용자의 제재 근거만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판매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ㆍ지방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DLF 사태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다”며 “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적 금융 확대에도 더욱 힘써야 하며 DLF 사태를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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