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국내외 팬들 관심사 달라…해외서는 젠더 이슈 주목”

중앙일보

입력 2019.12.11 18:17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아이하트라디오 징글볼' 공연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아이하트라디오 징글볼' 공연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K팝에서 K는 단순히 한국을 뜻하는 알파벳이 아니다. 영미권 팝 음악과 구별되는 아이돌 중심의 한국 대중음악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가진 인종ㆍ연령ㆍ성별 등 다양한 특성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탄소년단(BTS) 팬이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국내외 팬덤이 상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후원으로 열린 글로벌 특별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에서 가장 다양한 논의가 흘러나온 것 역시 이 같은 초국적 팬덤에 관한 부분이었다.

‘BTS 너머의 케이팝’ 특별세미나 열려
국내외 학자 17명 참석 팬덤문화 논의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팬덤 간 갈등도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서울대 홍석경 교수. [사진 한국언론학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서울대 홍석경 교수. [사진 한국언론학회]

기조연설자로 나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BTS 덕분에 한류 연구가 기존 한국과 동아시아 중심에서 전 세계로 지평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총 4개 세션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ㆍ영국ㆍ캐나다 등 해외 각국에서 모인 17명의 학자가 각국의 상황을 반영한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언론학과 진달용 교수는 “BTS 캐나다 팬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존 통념과 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백인이 아시아계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할뿐더러 10대가 제일 많긴 하지만 70대도 있을 정도로 팬의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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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션 'BTS와 초국적 팬덤'에 발표자로 참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베르비기에 마티유. [사진 한국언론학회]

두 번째 세션 'BTS와 초국적 팬덤'에 발표자로 참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베르비기에 마티유. [사진 한국언론학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한국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베르비기에 마티유의 연구 결과였다. 마티유는 지난해 9월 유엔 연설에서 RM이 말한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피부색이 무엇인지,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 간에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메시지 중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에 주목했다. 트위터 메시지 수집 결과 “해외 팬들은 연설 내용 중 ‘성 정체성’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해석한 반면, 한국 팬들은 ‘한국’ ‘애국심’ ‘자랑스럽다’ 등의 단어를 함께 언급하며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BTS가 서구 사회에서 대안적인 남성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석경 교수는 “서구 여성이 그간 아시아 남성에 갖고 있던 고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담론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지훈 교수는 “K팝 보이그룹을 여성스럽다거나 게이 같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곡에 따라 귀여운 매력과 짐승 같은 매력이 공존하는 것에 주목하는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성 정체성을 뛰어넘는다는 측면에서 전통적 남성성이 강조되는 서구사회에 결여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 핑크색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캡처]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 핑크색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캡처]

이처럼 다양한 해석은 팬덤 간의 분열을 야기하기도 한다. BTS의 메시지가 젠더 이슈로 해석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국내 팬덤과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해외 팬덤 간에 반목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외국인 팬과 바퀴벌레를 합성한 ‘외퀴’는 국내외 팬덤을 구분하는 민족주의 성향과 타문화에 배타적인 제노포비아를 동시에 보여주는 표현”이라며 “K팝이 초국가화될수록 다문화적 정체성이 스며들어 민족주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 팬덤이 커질수록 한국 문화를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코리아부(Koreaboo)’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코리아부’는 일본 문화를 추종하는 ‘위아부(Weeaboo)’에서 파생된 말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준형씨는 “대중문화 전반에서 아시아 관련 콘텐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기존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적 시선도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며 “차별의 대상이 인종을 넘어 취향 공동체를 향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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