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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해법 정년 60세 연장, 20대 실업자는 되려 늘어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연평균 20대 실업자가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0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2019 일자리종합박람회 및 소상공인창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기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뉴스1]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연평균 20대 실업자가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0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2019 일자리종합박람회 및 소상공인창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기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뉴스1]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연평균 20대 실업자가 이전보다 7만여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인구 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 꼽혔던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된 것이다.

2012~2019년 20대 실업자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2~2019년 20대 실업자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 4년(2012~2015년)간 20대 실업자 수가 연평균 32만5000명에서 시행된 뒤(2016~2019년) 연평균 39만5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정년 60세 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권고조항이던 정년을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60세로 연장한 법안이다. 공기업·공공기관과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됐다.

 한경연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인 25~29세 청년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경기 부진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정년 연장까지 더해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의 기업은 신규채용 감소 원인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42%)에 이어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축소’(21.7%)를 꼽았다.

2012~2019년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 격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2~2019년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 격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년 연장 이후 일자리 수와 구직자 수 간의 간극은 벌어졌다. 대기업의 신규채용 규모는 60세 정년 시행(2016년) 이전 4년 동안에는 연평균 7만9000명이었다가 60세 정년 시행 이후 연평균 7만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의 격차는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 연평균 22만6000명에서 정년 연장 이후 4년간 연평균 25만3000명으로 벌어졌다.

2012~2019년 조기퇴직자와 정년퇴직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2~2019년 조기퇴직자와 정년퇴직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자, 오히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사람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연수에 따라 상승하는 임금체계가 보편적인 국내 기업에서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지자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60세 정년 시행 이전인 2012~2015년 조기 퇴직자(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는 연평균 37만1000명이었다. 그러나 60세 정년 시행 이후 조기 퇴직자는 4년간 연평균 51만4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정년퇴직자는 2012년 27만2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35만5000명 최고를 기록한 뒤 35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2018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61.1%가 호봉급, 34.2%는 직능급으로 연공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인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54.8%에 그쳤다. 보고서는 “우선 대기업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직무에 따라 임금을 주는 등 연공 위주의 임금 체계 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는 정년 연장이 필요하겠지만, 성급한 정년 연장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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