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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위협하며 CCTV 막았다…경남 성매매집결지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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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서 창원시 관계자가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려고 하자 업주와 종업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서 창원시 관계자가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려고 하자 업주와 종업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매매 집결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창원시와 경찰이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성매매 집결지 인근에 CCTV 설치를 시도했지만, 업주와 종업원 등이 분신위협까지 하며 반발해 무산되면서다.

경남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 3차례 걸쳐 CCTV 설치 시도 #업주·종업원, 분신위협하며 몸으로 막아 번번이 무산 #창원시 3년 내 성매매 집결지 폐쇄한다는 계획

11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40분쯤 창원시와 마산 합포구청 공무원 50여명이 사다리차를 동원해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입구 양쪽 전봇대에 CCTV 6대를 설치하려고 했다. 현장에는 CCTV 설치 과정에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해 경찰관 100여명도 나와 있었다. 그러나 업주와 종업원들이 사다리차 설치를 막고 사다리에 올라가는 등 몸으로 막아 CCTV 설치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 한 업주는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리는 등 분신 위협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종업원 3명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결국 공무원과 경찰들은 CCTV 설치를 포기하고 오전 11시쯤 현장에서 철수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전봇대에 무리하게 CCTV 설치를 시도하다 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곳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12월 중에는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곳에 CCTV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원시는 지난 10월 30일과 11월 15일에도 CCTV 설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업주와 종업원들이 몸으로 막아 실패했다.

창원시 등이 업주와 종업원들의 반발에도 이곳에 CCTV 설치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창원시는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성매매 집결지 대책 마련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0월 18일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 TF’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이곳은 지난 1905년 마산~삼랑진 철도 신설 시기에 일본인 성매매 여성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됐다. 현재 25개 업소에 90여명의 여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시는 겉으로는 CCTV 성격을 ‘방범용’이라고 하고 있지만 ‘성매매 억제용’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창원시 TF 관계자는 “서성동 인근의 방범용으로 CCTV를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 는 이곳에 CCTV가 설치되면 성매매 집결지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매매 집결지 내 무허가 건축물이나 국유지 무단 사용 등에 대해 강력한 행정 집행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3년 내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주와 종업원들은 “그동안 이곳에 투자한 비용이 있는 만큼 3년 동안 행정 조치를 유예하는 등 시간을 주면 스스로 폐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이곳의 업주와 종업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CCTV 설치, 무허가 건축물이나 국유지 무단 사용 문제 등에 대해 추가 행정 조치를 하려고 하니 반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풍경. 철거가 이뤄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풍경. 철거가 이뤄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CCTV 설치가 성구매자 감소에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지금은 폐쇄된 대구 자갈마당이 대표적이다. 서울 청량리와 부산 완월동과 함께 최대 집창촌으로 꼽혔던 대구자갈 마당의 경우 CCTV가 설치된 2017년 전후로 성구매자가 크게 감소하다 올해 폐쇄됐다.

성매매 집결지에 이른바 ‘햇볕 정책’을 써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선미촌이다. 전주시가 집창촌을 문화·예술촌으로 바꾸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016년 8월 기준 성매매 업소 49곳, 성매매 여성 80여 명에서 3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다. 이곳에 지난 1월 전주에 뿌리를 둔 30~40대 예술가 7명으로 구성된 ‘물왕멀팀’이 의기투합해 서점 '물결서사'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국비 등 74억원을 투자해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전주 서노송동 선미촌 일원(2만2760㎡)를 문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바꾸는 문화재생사업이다.

성매매 업소를 일방적으로 내쫒는 ‘불도저 방식’이 아니라 주변 환경부터 매력적인 공간으로 가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하는 방식이어서 창원시가 참고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업주 등과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30여 년 성매매에 종사한 창이(50대·가명) 인천 옐로하우스 이주대책위원회 대표는 “솔직히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고 하면 개인 사생활 등 여러 면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도 여러 고민이 많은 만큼 시에서 일방적 대책을 내놓기보다 적극적으로 대화 창구를 만들면 상생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인천·전주=위성욱·최은경·김준희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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