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양측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청와대의 하명수사, 경찰의 선거 개입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야당과 검찰의 터무니없는 공격이라고 맞받아친다. 황 청장을 6일, 김 전 시장을 7일 직접 만나 각각 인터뷰했다.
“하명 아니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김기현 형·동생 건축 브로커 일 #농단한다는 말 여러 번 들어 #토착비리는 여야 막론 수사해야 #검찰, 김 시장 사건 불기소 짜맞춰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공인된 ‘검찰 저격수’다. 경찰대 1기라는 상징성에 강력한 검경 수사권 조정 소신을 더한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검찰을 불편하게 했다. 검찰은 때로는 공공연히, 때로는 은밀하게 그를 공격했지만 끝내 거꾸러뜨리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공교롭게도 경찰복을 벗으려는 순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6일 청장실에서 만난 황 청장은 하명수사 논란에 대해 “야당과 검찰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위는.
- “건설업자 김모씨가 ‘경찰 수사 의지가 없다’며 진정을 제출했다. 주변에서 ‘김 시장 동생과 형이 건축 브로커 일을 하며 농단을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토착비리라는 생각이 들어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를 두 배로 늘리고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을 내보냈다.”
- 고발인 김씨는 2017년 9월쯤 울산청 수사과장이 전화해 “재수사를 성실히 하겠다. 다시 하자”고 했으며 지수대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례적이다.
- “수사과장이 김씨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른다. 과장이 수사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했고, 이후 바뀐 수사과장이 변호사법 아이디어를 냈다.”
- 왜 꼭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김 전 시장 건이라서 그랬나.
- “토착비리 주체가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이면 당연히 그에 수반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 김 전 시장 측은 황 청장이 올 때 이미 ‘수사 아이템’을 들고 왔다고 하는데.
- “터무니없다. 사건 본질은 토착비리 수사인데 낙선 이후에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거다. 검찰이 이것을 청와대와 경찰 공격에 활용하는 것이고. 토착비리 사건이 하명수사 건으로 왜곡됐다.”
- 하명수사가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나.
- “청와대든 경찰청이든 하명이 전혀 없었다.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 했으면 김 전 시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 김 시장 형과 동생 수사는 꼭 필요했나.
- “그렇다. 중대 비리였기 때문이다.”
- 첩보 문건 내용을 기억하나.
- “세부 내용을 기억할 리 없다.”
-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이 시장 측근 비리 주요 진술자인 것을 알았나.
- “송 부시장이 제보자이자 울산시청 압수수색 영장 속 ‘익명의 진술자’인지 전혀 몰랐다.”
- 청와대 사람들을 만난 적 있나.
- “특감반원 2명 중 한 명과 고래고기 사건 얘기를 했다. 경찰이라기에 경찰청 본청 소속인 줄 알았다. 특감반원인 건 나중에 알았다.”
- 여권 핵심 인사가 ‘황 청장을 청와대가 챙긴다’고 했다는데.
- “그 인사를 직접 만난 것은 울산청 공식 방문 때 딱 한 번이다. 직원들도 같이 있었다. 그런 쪽에다 줄 잘 섰으면 경찰청장 하지 왜 여기 있겠나.”
- ‘이번 사안은 오히려 검찰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는데.
- “검찰은 올해 3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뒤 본격적으로 내가 고발당한 사건을 수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 3월 내가 김 전 시장 측으로부터 고발당했을 때 왜 본격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나.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사건을 키우고 있다.”
-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는 근거가 뭔가.
- “검찰이 불기소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춰 몰아가려는 느낌을 받았다. 주요 참고인이 진술을 번복했는데 검찰의 회유나 협박이 의심된다. 또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은 통장에 각각 4000만원, 1억8000만원이 있었는데 출처를 대지 못했다. 그래서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했다.”
-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 “검찰이 ‘조국 사태’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겨냥하고 있다. 국민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니까 환호한다. 혹세무민이다. 수사에 적극 협조할 테니 신속하게 수사해 진실을 밝혀 달라. 다만 짜 맞추기식 억지 수사는 하지 말라.”
대전=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