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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가족 집 준다” 화순 아산초 파격제안 '선거법'에 발목

중앙일보

입력

학생 수 부족에 고민하던 전남 화순군 아산초등학교가 타지에서 이사 오는 전학생과 신입생 가족에게 집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파격 제안한 '무상주택'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전남 구례군의 다른 학교는 이미 전학생 가족에게 주택을 제공하면서 학생 유치에 큰 효과를 보고 있는데도 화순군만 문제로 부각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화순군선관위 "무상주택은 선출직 교육감의 기부행위" #화순군교육청 "입주 학부모에 월 60만원 임대료 받아라" #전남 구례 작은 학교도 이미 운영 중인 학생유치 주택 #"언론에 보도된 학교만 엄격한 잣대는 불공평해" 지적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9일 화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화순 아산초등학교의 학생유치용 사택 무상제공에 대한 적법성 검토를 한 결과 사용료를 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화순 아산초에 발송했다. 화순교육청은 '화순 아산초가 학생유치용 사택에 입주하는 학부모 가족에게 월 6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라고도 했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7명이다. 내년이면 19명으로 준다.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아산초는 교내에 쓰지 않는 옛 관사를 2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바꿔 2020학년도에 맞춰 타지에서 이사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에게 무상 임대할 계획이었다.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화순군이 아산초의 제안에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부담하고 화순교육청은 약 1억원 상당의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를 제공했다. 2학년 쌍둥이와 유치원생을 둔 가족이 광주광역시에서 이사 올 예정이고, 다른 1가구는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하려 했다.

하지만 ‘무상주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아산초의 무상주택 제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교육감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마땅한 법령이나 지침 없이 사람이 살 수 있고 금전적 가치가 있는 관사 같은 건물을 선거구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화순교육청에 전하면서다.

화순교육청은 무상주택의 공직선거법 논란이 불거지자 "관사는 무상 제공이 없다"며 "아산초와 무상주택을 협의한 바도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학생유치와 인구유입 효과에 필요한데도 현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산초가 위치한 화순군 북면 이천리의 한 주민은 "누가 월 60만원씩 내고 시골에 와서 살겠느냐"며 "학생 유치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마을 구성원이 되는 지역사회 살리기 차원으로 추진된다기에 내심 반겼는데 현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순 아산초의 무상주택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한 전남 구례 청천초등학교는 지난 2017년 이전부터 보증금 100만원만 받고 타지에서 이사 오는 전학생과 입학생 가족에게 학교 내 시설을 리모델링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청천초의 학생유치용 무상주택 6채 중 3가구가 입주해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한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이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가 살아보려고 내놓은 고육지책일 뿐이다"며 "수년째 무상주택으로 학생을 유치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않은 학교는 문제없고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아산초만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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