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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미동맹의 우울한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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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재단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연례 여론조사엔 2019년 연말 한·미동맹이 처한 우울한 현주소가 담겼다. 보통의 미국인이 한국을 강한 동맹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선 한국이 강한 동맹(strong ally)이란 응답률은 45%, 약간은 동맹으로 본다는 응답은 32%로 77%의 미국인이 한국을 동맹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 대상국 가운데 전체 8위였다. 강한 동맹이란 응답만 따지면 영국(67%)·이스라엘(49%)·일본(48%)·프랑스(46%)에 이어 5위였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한국을 강한 동맹으로 본다는 답변은 37%로 1년 만에 8%포인트 떨어졌다. 약간은 동맹이란 답변이 36%로 다소 늘었지만, 전체 73%로 순위는 대만과 동률 10위가 됐다. 강한 동맹은 독일과 공동 6위다. 영국 연방국인 호주가 새로 조사에 포함된 탓도 있겠지만 1950년 한국전 참전 혈맹은 미 국민의 인식 속에서는 70년 세월에 옅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9년 미국인이 본 세계의 동맹국.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9년 미국인이 본 세계의 동맹국. 그래픽=신재민 기자

올해 신설된 고립주의·개입주의 항목 조사에서 ‘미국이 국제적 사건에 더 개입하고,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은 50%, ‘덜 개입하고 사후 대응해야 한다’가 33%, ‘경우에 따라서’ 11%, ‘모르겠다’가 5%였다. 국제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국민이 과반에 미달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일방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일반 국민의 인식에 상당히 퍼졌다는 의미다.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잠재적 위협 제거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86%로 높았다. 북한의 미국과 한국·일본을 향한 공격이 의심될 때는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해 동맹과 협력해 예방해야 한다는 답변도 84%였다. 지난해 대북 선제공격에 찬성한 응답률 44%보다 거의 두 배로 높아졌다. 이번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면 보통 미국인에게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은 약해졌지만, 예방적 군사행동 지지는 크게 높아진 셈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7일 레이건 재단 주최 국방포럼에서 “나는 (재임 중) 동맹을 공개 모욕하는 것이 싫었다. 국제적 문제에 우리 편에 선 동맹을 모욕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SMA) 대폭 증액을 압박하려고 거친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분담금 협상의 시작과 끝은 연합 대비태세 강화여야 한다. 매티스도 떠난 한·미 양쪽에 이를 우선하는 선량한 동맹의 관리자가 남아있는지 걱정이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