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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도발 올해 13차례, 미 제재는 4건…양보다 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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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올들어 13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가맹한 가운데 미국의 독자제재 건수는 4건으로 양적 측면에서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제재 저승사자’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발표 건수(2019년 1월 1일~12월 9일)를 분석한 결과다.

“트럼프 대화 의지 반영된 것” 분석 #돈줄 죄는 세컨더리 제재 위주 #건수 줄었지만 효력 더 클 수도

한 해 4건은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북·미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화염과 분노’ 시기(8건)나 첫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던 지난해(11건)와 비교해도 적다.

내용을 살펴보니 4건 중 3건이 북한이 아닌 제3국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제재였다. 북한 석유·석탄 등 불법 환적을 도운 중국 해운회사 두 곳(3월), 북한 조선무역은행(FTB) 관련 러시아 금융기관(6월), 대만·홍콩 해운사와 대만인 사업가 등(8월)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9월에는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그룹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최용해 노동당 당부위원장 등 북측 고위 인사를 직접 제재 명단에 올린 것과는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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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 초엔 대북제재 강화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료들 사이에 엇박자 기류가 표출되기도 했다. 3월 21일 재무부가 중국 해운회사 관련 제재를 발표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규모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올렸다.

다만 실제 건수만 줄었을 뿐이지 올 들어 미국이 가한 독자제재에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도 제재)의 성격이 더 짙어진 것을 주목할 만하다. 북한 고위직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세컨더리 제재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이 북한과 무역·금융 거래 등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실질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오르면 사실상 달러 거래 자체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이미 이란에 대한 사실상의 ‘고사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세컨더리 제재의 위력을 입증했고, 이란이 핵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환경을 만들었다. 2017년에는 북한이 올해와 달리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고강도 전략 도발에 집중하며 군사적 위협을 높일 때라 제재 건수로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그들은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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