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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국회의원에게 직접 요청했죠, 아동이 일상에서 느낀 문제 해결해 달라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월 20일에 열린 '유니세프 아동대담 - 국회의원에게 묻다'에 박윤정(맨 왼쪽)·윤주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소중 학생기자가 참여했다. 아동들의 목소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답변을 들은 뒤 만족도를 얼굴 표정으로 나타냈다.

지난 11월 20일에 열린 '유니세프 아동대담 - 국회의원에게 묻다'에 박윤정(맨 왼쪽)·윤주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소중 학생기자가 참여했다. 아동들의 목소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답변을 들은 뒤 만족도를 얼굴 표정으로 나타냈다.

지난 11월 20일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자, ‘세계 어린이의 날 (World Children’s Day)’이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CRC)은 전 세계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유엔에서 만든 협약이에요.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가 담겨 있죠. 여기서 아동은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모두 포함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0주년이었던 이날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는 국내 아동들이 느끼는 아동권리침해 사례들에 대해 아동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유니세프 아동대담- 국회의원에게 묻다’가 열렸어요. 9명의 아동이 국회의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죠. ‘모든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아동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두 국회의원에게 전달했습니다. 국회의원 대표로는 자유한국당 김세연·원유철 의원이 함께했죠.

아동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김세연 의원은 “12년 의정 활동 중 7년을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했는데 현장의 아동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면서 “오늘 들려준 의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당의 싱크탱크(여러 영역의 전문가를 모아 연구·개발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조직)인 여의도연구원에 가져가 아동인권 태스크포스(특별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부문에서 인재들을 모아 진행하는 일종의 기획 팀)와 나누겠다”고 말했어요.

대담에 참가한 9명의 아동 중에는 박윤정(9기)·윤주영(7기) 소중 학생기자도 있었습니다. 두 학생기자는 국회의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과정과 그 소감을 소중 편집부에 보내왔어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또 학생기자들은 뭘 느끼고 배웠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박윤정·윤주영 학생기자의 리포트를 소개할게요.

대담 후에는 참여 아동들이 각자 아동권리에 대한 한마디를 자유롭게 적었다.

대담 후에는 참여 아동들이 각자 아동권리에 대한 한마디를 자유롭게 적었다.

깨끗한 환경, 놀이와 여가 등 7개 주제 다뤄
안녕하세요, 소중 독자 여러분. 9기 학생기자 박윤정입니다. 저는 지난달 ‘유니세프 아동대담-국회의원에게 묻다’에 참석했어요. 대담에 앞서 11월 9일 워크숍을 통해 우리가 이야기할 주제나 아동권리협약에 대해 많은 걸 배웠죠. 아동권리협약이 무려 54개 조항으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협약에는 아동을 차별하지 않고,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아동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이 깔렸어요.

대담에서는 깨끗한 환경, 공정한 기회, 건강한 생활, 즐거운 교육, 화목한 가정, 충분한 놀이와 여가, 안전한 사회 등 7가지 주제로 나눠 이야기했어요. 이 가운데 저는 ‘깨끗한 환경’을 맡아서 준비했습니다. 먼저, 다른 친구·언니·오빠들이 준비해온 이야기를 경청했죠. 드디어 제 차례가 됐을 때,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미세먼지로 인한 친구들의 반응, 평소 학교에서 느끼는 미세먼지 등에 대해 말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미세먼지와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한동안 아침마다 미세먼지 지수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었고, 학교에서는 체육 수업을 교실에서 할지 운동장에서 할지 미세먼지에 따라 결정했거든요. 또 가정통신문에는 미세먼지가 ‘나쁨’일 경우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될 수 있다고 너무나 당연하게 적혀있었죠.

며칠 전에는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이제는 미세먼지가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린 거죠. 저녁 뉴스에서는 미세먼지 지수가 계속 ‘나쁨’이다가 ‘좋음’이 되었을 때 그걸 대단한 일처럼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어렸을 때는 미세먼지가 없었다는데, 요즘은 하늘이 파랗고 잘 보이는 게 특이한 일처럼 취급되는 게 어떻게 보면 제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계 어린이의 날'을 기념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윤주영(왼쪽)·박윤정 학생기자.

'세계 어린이의 날'을 기념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윤주영(왼쪽)·박윤정 학생기자.

이러한 제 경험을 차근차근 말하자 김세연 의원은 “환경 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공감했어요. 원유철 의원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도 노력하고 있다. 12월 10일에는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국제사회 차원의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죠.

국회의원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답변을 잘해주셔서 좋았어요. 또 미세먼지에 대해 아동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단 말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작년이나 올봄처럼 미세먼지가 심했을 때는 정말 괴로워서 ‘대체 언제 깨끗한 하늘이 보일까’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그 말이 지켜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회의원분들이 우리의 의견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여의도연구원에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말 약속이 실현될지 기대가 됐죠.

마지막으로 제가 느낀 점은 어린이들도 자신의 일에 대해 충분히 말할 권리가 있다는 거였어요. 이런 행사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어린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린이의 말할 권리를 보장해준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뜻깊은 행사에 참여해서 뿌듯했습니다.

아동들이 원하는 사회는 어떤 걸까
소중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7기 학생기자 윤주영입니다. 저도 국회의원과의 대담 자리에 참석해 7개 주제 가운데 ‘충분한 놀이와 여가’를 발표했어요. 충분한 놀이와 여가가 보장돼야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적절하게 풀 수 있고, 이는 아동의 행복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들에게 충분한 놀이와 여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국회의원에게 최대한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동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여가 시설이 많지 않고, 있다 해도 홍보가 잘되지 않아 당사자인 아동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아동의 눈높이에서 보면 돈이 넉넉하지 않은 데 비해 물가는 비싸서 아동들이 충분한 놀이와 여가를 즐길 수 없고요. 또 정기고사·수행평가 준비 등으로 놀이와 여가를 즐길 수가 없고, 교과교실제로 인해 쉬는 시간이 줄어들어 학교에서조차 최소한의 놀이 시간도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생각한 해결책도 발표했죠. 아동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놀이와 여가 시설, 혜택은 무엇인지 먼저 수요조사한 후 그에 꼭 맞는 대책을 만들어달라고요. 아동들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지었다는 놀이터는 많지만 그건 진정으로 아동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여러분은 ‘청소년증’을 알고 있나요. 현재 만 9~18세 누구나 신청만 하면 대한민국 청소년증을 발급받아 교통수단·문화시설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문의하면 ‘잘 모르겠다’거나 ‘없다’는 답변이 되돌아옵니다. 이렇게 제도는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윤주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학생기자는 '충분한 놀이와 여가'에 대한 의견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

윤주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학생기자는 '충분한 놀이와 여가'에 대한 의견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많은 정기고사·수행평가를 줄여 놀이와 여가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또 기존의 다양한 박람회에 아동들의 놀이·여가 부분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어요. 마지막으로, 자치구별로 좋은 사업은 넓게 확대하고, 놀이·여가 사업이 부족한 자치구는 예산을 더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제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학생들에게 직접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면서 “교과교실제로 인한 이동 시간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들이 아동들의 발표를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는 자세를 보여준 점에 감동했어요. 아동들의 이야기와 해결방안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해줘서 믿음직스럽고 만족스러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아동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게 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학교생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동들의 정치 참여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죠. 이번 대담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담이 마무리된 후엔 국회의원들이 답변한 내용에 대해 아동들이 만족도를 평가했어요. 여러 얼굴 표정이 그려진 팻말 중 자신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것을 들기로 했죠. 놀랍게도 9명의 아동 모두 활짝 웃는 얼굴의 팻말을 들어 ‘만족’을 나타냈습니다. 이날 대담에서 나온 아동들의 정책 제안이 국회에 꼭 전달되어서 아동이 행복한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국회에 전달된 아동들의 목소리
공정한 기회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환경의 차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비도 비싸서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고요. 교육의 질이 빈부격차에 따라 달라지는 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학생들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즐거운 교육 "친구들을 보면 교육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학원에 가기 싫다고 해요. 이유는 '즐겁지 않고 재미없고 힘들어서'라고 합니다.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즐거운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안전한 사회 "요즘 따라 사회가 범죄에 많이 노출된 것 같아요. 놀이터에서 놀 때 어떤 사람이 데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안전한 사회는 나라의 존재 이유이자 법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화목한 가정 "집안에서도 아동학대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동학대의 70~80%는 부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해요. 화목한 가정이 되려면 먼저 부모님이 어렸을 때 부모님의 부모님부터 잘해줘야 합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아동이 사회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생활과 깨끗한 환경 "어려운 나라에서는 더러운 물이나 웅덩이 때문에 말라리아가 문제가 된다고 해요. 이들 나라에 구호물품을 많이 배포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서는 돈이 없는 아이들이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한다고 해요. 생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생리대나 구급 밴드 등을 편의점이나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정리=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글=박윤정(서울 창경초 5)·윤주영(서울 서울사대부여중 1) 학생기자,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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