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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영기의 시시각각

윤석열, 청와대를 수사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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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영기
전영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검찰개혁을 위해서라지만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직에 오른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추 의원은 야당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2018년 6·13 지방선거 전 과정을 지휘했던 민주당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 선거에서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캠프가 제보하고 청와대가 작성해 넘긴 자료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착수했고 결국 한국당 후보가 낙선했다. 이는 영락없이 ‘민주당’과 ‘청와대’ 그리고 ‘경찰’이 부정선거를 공모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검찰은 이승만 시대의 3·15 부정선거(‘자유당’+‘내무부’+‘경찰’이 공모)에 버금가는 관권 선거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추미애 후보자는 지방선거 때 민주당 대표로서 검찰의 수사 대상 집단의 수장이었던 셈이다. 물론 추 후보가 민주당의 울산 후보자 캠프와 청와대,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울산 경찰청 라인을 오가며 벌어진 은밀한 일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추 후보자가 이 사건과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다.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어 #추미애, 검사 교체하면 직권남용 #흥청망청 권력 반드시 대가 치러

그런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아무리 수사에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해도 일반 국민이 믿기는 어렵다. 행여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백원우와 유재수의 검찰 수사 라인을 다른 곳으로 인사조치한다면 누군들 그 순수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있겠나. 결국 자기 개인을 방어하고 민주당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무장관의 공적 권한을 사용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전임 조국의 경우처럼 추 후보자도 누구든지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정신에 배치되는 상황에 빠져 있다. 공직자윤리법 2조의 2(이해충돌 방지 의무)의 ③은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적 문제는 또 있다. ‘추미애 장관’의 백원우·유재수 수사 검사 인사 조치는 형법 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이는 판사 출신인 그가 잘 알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추미애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결국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다. 법무장관 인선에서 청와대의 연속되는 헛발질은 안타까운 일이려니와 앞뒤 안 맞는 해명 등으로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법치로 운영되는 문명국가에선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대통령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지금 두 번에 걸쳐 13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1월 뇌물·사기·배임 혐의로 법정에 기소됐다. 네타냐후는 집권자들이 늘 그렇듯 “검찰의 쿠데타 시도”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아비하이 만델블리트의 답변이 의미심장하다. “세 가지 사건에 대한 혐의로 총리를 기소한 결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와 법에 따라 취해진 것일 뿐이다. 총리 기소는 법에 따른 나의 의무다.”

윤석열 총장의 한국 검찰은 울산 지방선거와 관련, 지난 10월 말 경찰로부터 수사 착수의 근거 자료로 ‘청와대 작성 첩보 보고서’ 원본을 제출받았다. 청와대와 민주당 사람들은 ‘첩보 생산’이 아니라 ‘요약 정리’라고 주장하나 생산이든 정리든 청와대가 손을 댔다는 점에서 울산 경찰의 수사 착수 계기가 청와대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청와대 하명수사인 것이다. 윤 총장은 증거가 나왔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니 수사하는 것 뿐이다. 법에 따른 검사의 임무 수행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니 뭐니 하는 궤변이나 요설로 흐리지 말 일이다. 권력이라는 게 흥청망청 쓰다가 감방 가는 수가 있다. 전임 정권이 겪은 일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