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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수능 만점자의 비결... '메타인지'의 두 가지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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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에 수능 점수가 공개되면서 수능 만점자와 그들과의 인터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럴 때 '사교육 없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분석하면 확실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메타인지'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라면 메타인지라는 용어는 한 번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아는 능력'이다. 그러나 막상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하면 무엇이 메타인지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내가 메타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EBS에서 '상위 1% 공부법'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보통 상위 1%의 학생이라고 하면 지능이 높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메타인지 능력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그들은 한 번 보면 모든 걸 이해하는 천재가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파악해서 그 부분을 반복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능과 달리 '메타인지 능력은 충분히 학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활용하면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육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알쏭달쏭하던 메타인지의 개념도 상위권 아이들과 상담을 통해 사례로 경험하고 나니 이제 그 의미가 명확해졌다.

사례①

전국 연합 모의고사를 볼 때면, 아이들은 유난히 국어 영역 1교시를 힘들어한다. 부담스러운 길이의 지문을 읽어내면서 80분 동안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학생이 유독 눈에 띈다. 전체를 한 번 훑은 다음 1번이 아닌 22번부터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항상 전교 1%를 도맡아 하는 S다.

항상 메타인지 학습을 강조하는 입장으로서,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한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확인해보기 위해서 다음날 S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국어시험 볼 때 22번부터 풀더라. 왜 그렇게 풀었어?"
" 아 그거요? 처음 15문제가 화작(화법과 작문)이잖아요. 그 다음에 문학, 그다음에 비문학인데, 제가 평소에 비문학이 약해서 비문학 문제에 부담이 컸거든요. 그래서 비문학을 제일 먼저 풀다가 다른 문제에서 많이 틀린 경험이 있어요. 비문학을 먼저 풀면 자꾸 놓지 못하고 시간을 초과하게 되기도 해서요. 그래서 일단 문학부터 풀고, 그 다음에 화작으로 머리를 식히고 마지막 비문학을 풀었더니 제일 결과가 괜찮더라고요."
" 오 좋은데? 혹시 누가 가르쳐줬니?"
"아니요, 그냥 여러 번 풀면서 제가 제일 좋은 느낌을 찾아냈어요."

사례②

누구나 문제를 풀다 보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실수가 있다. 시간 관리를 못 해서 몇 문제를 통째로 날리거나, 문제를 잘못 읽어서 어이없이 틀리는 등의 경우다. 그런데 메타인지가 뛰어난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시간을 측정하면서 문제를 푼다든가, 문제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 등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려고 나름의 노하우를 개발해낸다.

우리 반 J양은 누구보다 친절한 학생으로 유명하다.
J랑 성적 상담을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성적은 잘 유지하는 것 같은데..."
"잘 지내요. 그런데 1차 지필 때 수학을 망쳤어요"
"그래? 왜?"
"우선 시험시간에 마음이 너무 급했어요.
둘째로 문제를 잘못 읽어서 틀렸어요"
J 역시 자신이 성적이 떨어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험 때 긴장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촉박함 때문인 것 같았어요.  시험 때 긴장하지 않도록 문제풀이 때 시간을 재면서 공부해요.
또 문제를 풀 때마다 조건과 문제에 정확히 밑줄을 그으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에요"
역시 J는 자신에 대한 분석이 끝나있는 상태다.  그리고 1차 지필 평가 후 자신의 문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완 중이다.

이처럼 메타인지를 통해 모르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반복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해지므로, 모든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메타인지가 계발되는 것을 막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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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자신이 모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문제풀이의 본론은 푸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틀리거나 애매한 부분을 파악해서 흡수하는 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틀린 문제가 많으면 그저 괴로워하고, 거기서 멈춰버리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문제(problem)가 아니라 과정(procedure)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사교육에 의존적인 학습 성향 때문이다. 주어진 자료를 열심히 외우고 풀면서 올라갈 수 있는 건 딱 중상위권까지다. 스스로 약점을 찾아내고, 몇번이고 파고들어서 고치는 메타인지의 단계가 없이는 최상위권으로 갈 수 없다. 그런데 학원은 수익성의 구조상 한 명 한 명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줄 수가 없다. 물론, 메타인지를 발휘하는 학생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학원을 활용하는 예도 종종 있다. 즉 사교육이든 자기 주도 학습이든, 학습자의 약점을 찾아 들어가는 '집요함'을 갖추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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