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의 복병 신용등급, 잘 관리하는 4가지 꿀팁

중앙일보

입력 2019.12.07 09:00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59)

김영훈(60) 씨는 공기업에서 차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아내가 친구 남편들은 50대 초중반에 퇴직해 집에서 놀고 있는데, 그래도 정년까지 일했으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면서 그동안 고생했으니 아무 생각도 말고 푹 쉬라고 응원한다. 처음에는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피우면서 하고 평소 가고 싶었던 남도도 여유롭게 돌았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큰 딸 내외가 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만에 손주도 보고 대륙 횡단 여행을 하면서 3개월을 지내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아파트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가 잔뜩 쌓여있었다. 가지고 있던 카드 한장의 결제대금이 연체된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자동이체를 걸어 놓아 평소 신경 쓰지 않던 통장의 잔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주의 깊게 관리했겠지만, 미국의 인터넷 상황은 한국과 달랐다. 부랴부랴 연체금을 결제했는데 확인을 해보니 김씨의 신용등급이 주의군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몇 년을 주의해서 관리해야 과거처럼 우량등급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당장 대출을 받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잠깐 신경 쓰지 못한 결과로는 너무 찜찜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김 씨. 카드 한장의 결제대금이 연체된 걸 알고 부랴부랴 결제했는데 확인을 해보니 김씨의 신용등급이 주의군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사진 pixabay]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김 씨. 카드 한장의 결제대금이 연체된 걸 알고 부랴부랴 결제했는데 확인을 해보니 김씨의 신용등급이 주의군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사진 pixabay]

이번 일을 겪으면서 좀 더 세심하게 통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 날 20년 이상 거래하던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가 현직에 있을 때 원하지도 않았는데 거래 은행 지점에서 2000만원까지 사용 가능한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줬다. 평소 한도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다가 몇 년 전 급한 자금이 필요해 500만원을 사용하고 갚지 않았다.

현직에 있을 때는 만기를 연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더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유지할 수 없으니 만기가 되는 다음 달 말일까지 500만원을 상환하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욱’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니 내 급여가 따박따박 통장으로 입금될 때는 원하지도 않았는데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주더니 퇴직했다고 이럴 수 있나” 하도 화가 나서 주변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제 김 차장도 진정한 은퇴자 대열에 합류하셨구먼” 하면서 껄껄 웃는다.

은퇴 후에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하루 일상이 바뀌고, 직함이 없어지고, 명함이 없어지고, 회사 메일주소가 막히고, 통장에 입금되던 급여가 없어지고, 일부는 급여 대신 국민연금이 입금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예기치 못하게 바뀌는 것이 바로 금융회사 거래와 관계된 부분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소속이 있기 때문에 은연중 그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과거의 나가 아닌 무직자인 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나를 판단하는 기준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 pixabay]

금융회사에서는 과거의 나가 아닌 무직자인 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나를 판단하는 기준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 pixabay]

하지만 퇴직 후에는 어느 공기업의 김영훈이 아닌 자연인 김영훈으로 바뀌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란에 과거처럼 회사명과 회사 주소가 아닌 ‘무직’으로 집 주소를 기재하게 된다. 그러면 금융회사에서는 과거의 나가 아닌 무직자인 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나를 판단하는 기준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신용등급이다. 물론 위 사례자의 경우처럼 ‘앞으로 금융회사와 거래할 일도 별로 없을 텐데 그깟 신용등급 낮으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만일 위 사례자가 귀농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귀농인에게는 일정 여건이 되면 농업 창업 및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해 준다. 주택과 관련해서는 7500만원까지, 농업 창업과 관련해서는 3억원까지를 2% 금리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하면 되는 조건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이 자금은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에서 최종적으로 신청자의 신용 등급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지나치게 낮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는 몇 가지 팁을 알아두자. [사진 pixabay]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는 몇 가지 팁을 알아두자. [사진 pixabay]

중요한 것은 신용등급을 관리하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량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나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도 보다 수월하게,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첫째, 연체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연령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한 금융업무 처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잠깐의 부주의로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니 주기적으로 지출되는 것은 자동이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타인을 위한 보증은 서지 말자. 다른 사람을 위해 선 보증은 신용등급에 직접 반영된다. 보증은 가급적 피하자.

셋째, 신용카드 한도액을 관리하자. 다양한 할부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할부 결제를 자주 하게 된다. 만일 신용카드 한도가 200만원인데 200만원을 거의 다 채워서 쓴다면 위험군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한도가 400만원이라면 똑같이 200만원을 써도 한도의 반만 사용했기 때문에 괜찮은 것으로 본다. 카드사가 내게 제공한 최대 한도액의 30~50%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오래된 신용카드는 버리지 말자. 만일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수가 많아서 정리하고 싶다면 최근에 발급된 것을 해지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사용한 신용카드는 오랜 시간 동안 잘 상환한 내역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신용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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