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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아닌 리더…기대되는 '감독 차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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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차두리(가운데). 사진은 지난 7월 독일 프라이부르크 후배 권창훈과 정우영을 만난 차두리. [사진 차두리 인스타그램]

FC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차두리(가운데). 사진은 지난 7월 독일 프라이부르크 후배 권창훈과 정우영을 만난 차두리. [사진 차두리 인스타그램]

‘차미네이터’ 차두리(39)가 ‘감독 차두리’로 새출발한다.

FC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 부임 #대표팀 코치 때, 동생 마음 '아는형님'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전력분석 담당 #목표는 "한국축구 뿌리부터 튼튼히"

차두리는 지난 5일 프로축구 FC서울 18세 이하(U-18)팀 서울 오산고 축구부 감독에 선임됐다. 2015년 FC서울에서 은퇴한 차두리는 4년 만에 친정팀에 유소년 지도자로 돌아왔다.

FC서울 관계자는 “다음주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선수 시절부터 맏형으로 역할을 잘해온 만큼 감독으로도 잘할 것으로 기대된다. FC서울 철학과 방향성을 잘 이해하는 적임자다. 독일에서 배운 선진형 육성시스템을 잘 이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FC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차두리. [사진 FC서울]

FC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차두리. [사진 FC서울]

차두리는 선수시절 로봇을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선보여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라 불렸다. 2002년부터 11년간 유럽 독일과 스코틀랜드에서 뛰었고, 2013년부터 FC서울에서도 활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기여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6월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대표팀 훈련에 함께 임한 차두리와 김남일 코치. [연합뉴스]

지난해 6월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대표팀 훈련에 함께 임한 차두리와 김남일 코치. [연합뉴스]

차두리는 2015년 은퇴 후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과 코치를 지냈다. 당시 대표팀에서 군기반장 겸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훈련장에는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박수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함께 그라운드를 뛰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민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절 차두리. 바이에른 뮌헨 슈바인슈타이거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차두리 인스타그램]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절 차두리. 바이에른 뮌헨 슈바인슈타이거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차두리 인스타그램]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당시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차두리가 독일팀 전력분석을 하며 신태용 감독을 보좌했다. 차두리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빌레펠트·프랑크푸르트·마인츠·코블렌츠·프라이부르크·뒤셀도르프 등에서 9시즌간 220경기에 출전했다.

차두리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보스는 뒤에 가만히 앉아 지시하고, 리더는 맨 앞에서 함께 이끌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이 담긴 적이 있다.

차두리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보스는 뒤에 가만히 앉아 지시하고, 리더는 맨 앞에서 함께 이끌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이 담긴 적이 있다.

차두리의 카카오톡 계정에는 ‘보스’는 뒤에 가만히 앉아 지시하고, ‘리더’는 맨 앞에서 함께 이끌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이 담긴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대표팀 훈련 전에는 솔선수범해 스태프와 함께 골대를 옮겼다.

그라운드 밖에선 선수들에게 ‘동네형’처럼 다가갔다. 어깨동무를 한채 수다를 떨고, 헤드락을 걸며 장난을 쳤다. 대표팀 코치를 그만둔 뒤에도 유럽을 돌며 후배들을 만나 조언을 해줬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차두리(왼쪽)와 차범근(오른쪽), 손흥민(가운데). [중앙포토]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차두리(왼쪽)와 차범근(오른쪽), 손흥민(가운데). [중앙포토]

차두리는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뉴캐슬)의 멘토 역할도 해줬다. 기성용은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차두리와 한솥밥을 먹었다. 기성용은 홀로 지낼 땐 한달 내내 간장으로 비빈 달걀밥만 먹었지만, 차두리가 뒤늦게 입단한 뒤 매일 함께 쌀밥을 먹으며 힘을 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과감한 플레이와 몸싸움에 대해 차두리 선배의 조언도 받았다.

손흥민은 2008년 독일 함부르크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 차두리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함부르크 유소년팀 코치가 차두리의 친구였는데, 독일어가 서툰 손흥민을 대신해 차두리가 통역을 자처했다. 손흥민은 어릴적부터 차두리를 “두리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

부친 차범근은 수퍼스타 출신이지만, 차두리는 선수시절 벤치를 지킨 적도 있고 2부리그 강등 아픔도 겪었다. 후배들의 마음을 ‘아는 형님’이다.

지난해 11월 차두리가 팀차붐플러스 소속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올리브 크리에이티브]

지난해 11월 차두리가 팀차붐플러스 소속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올리브 크리에이티브]

차두리는 예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축구 #우연히만들어지는것은없다 #한국축구뿌리부터 튼튼히’란 해시태크를 달아왔다. 그는 한국축구 뿌리인 고등학교 감독을 맡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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