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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메이저 오페라 최초 여성 지휘자···한국인 김은선이 해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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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지휘자 김은선(39)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 감독으로 5일(현지시간) 임명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96년 역사에서 첫 여성 지휘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 김은선. [사진 Ugo Ponte]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 김은선. [사진 Ugo Ponte]

내년 8월부터 5년간 감독으로  

이 오페라단의 총감독인 매튜 실벅은 “김은선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독특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지휘대에서 뛰어난 비전을 통해 리드할 뿐 아니라 창의적 과정에서 모두가 최고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김은선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첫 연주를 하고 6개월 만에 음악 감독으로 임명됐다. 내년 8월 베토벤 ‘피델리오’ 공연부터 계약 기간 5년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 태생인 김은선은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으며 ‘한국인 최초’ 또는 ‘여성 최초’의 기록을 쓰고 있는 지휘자다. 연세대 음대에서 작곡을,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공부했고 2008년 스페인의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오페라 지휘 대회에서 1위에 오른 후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 극장에서 여성 최초로 데뷔했다.

김은선이 유럽 여러 도시에서 초청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프랑크푸르트 극장에서 ‘라 보엠’을 지휘하면서다. 런던, 스톨홀름, 드레스덴, 베를린, 뮌헨의 무대에 오른 후 꾸준히 재초청을 받고 있다.

미국 메이저 오페라단 최초 여성 지휘자  

국내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는 꾸준히 호평을 받았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2015년 김은선을 베를린 국립 오페라 무대에 초청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임명 소식에 대해 “김은선은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음악가이며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발전하려는 마음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에서 김은선을 보조 지휘자로 임명했던 키릴 페트렌코(현 베를린필 상임 지휘자)는 “지휘자로서 필요한 진지함 뿐 아니라 자기 비평적 접근을 통해 재능을 갈고닦는 동료”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의 마이클 쿠퍼는 “김은선은 규모와 위상 면에서 미국의 메이저인 오페라단 최초로 음악 감독을 맡은 여성 지휘자”라며 “그가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했다.

지휘자 김은선 [사진 Nikolaj Lund]

지휘자 김은선 [사진 Nikolaj Lund]

김은선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성명을 통해 “여기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집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이 놀라운 유산을 이어갈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김은선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네 번째 음악 감독이며, 지난 9년 오페라단을 이끌었던 니콜라 루이소티의 뒤를 잇게 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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