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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교복 이어 대학 등록금까지 번진 ‘무상 교육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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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구 감소 위기에 몰린 지자체들이 ‘반값 등록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인구 감소 위기에 몰린 지자체들이 ‘반값 등록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시청 교육청소년과는 요즘 걸려오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 지난 10월 25일 안산시의회가 ‘대학생 등록금 자부담금 반값 지원 조례’ 제정안을 수정·의결했기 때문이다. 안산시에 사는 가정의 대학생 자녀에게 연간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본인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신청일 기준 연속 3년 이상, 또는 합산 10년 이상 안산시에 주민등록이 된 만 29세 이하 대학생이 대상이다.

청년 인구 유입 위한 고육지책으로 #안산시 내년부터 등록금 반값 지원 #화천·부안 이미 시행, 여주도 검토 #학비 부담 줄지만…“결국은 세금”

안산시는 우선 내년부터 1단계로 기초생활보장 수급가정 대학생 자녀와 장애인, 다자녀 가정의 셋째 이상 자녀를 대상으로 등록금을 지원한다. 이후 지역 출신 대학생 전원이 혜택을 보는 4단계까지 대상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벌써 ‘벤치마킹하고 싶다’며 관련 자료를 요청한 지자체도 여러 곳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대학 등록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급식·교복 등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추진되던 보편적 무상 교육복지가 대학생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학 등록금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강원도 화천군이다. 화천군에서 3년 이상 실거주한 가정의 대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면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는 첫째 아이는 학기당 100만원, 둘째 아이 등록금 70%, 셋째 아이부터 등록금 100%를 지원해 왔는데 올해는 규모를 대폭 늘렸다.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에 가면 첫째부터 등록금 100%와 매월 거주공간 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준다. 대학가 주변의 월세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액을 지원해주는 것과 같다.

등록금 지원 지자체 현황

등록금 지원 지자체 현황

전북 부안군도 2017년부터 대학 등록금 지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재원은 부안군이 예산을 투입해 설립한 나누미근농장학재단의 장학기금 이자 수입과 전국에서 모인 정기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대학교 1~2학년 학생은 본인 부담 등록금의 반값을 300만원 범위(등록금 270만원, 생활비 30만원)에서 준다. 3~4학년은 B학점 이상 학생에게 성적 장학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지원한다. 부안군은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지원 대상을 대학교 3학년 학생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경기도 여주시는 지자체가 아닌 시의회에서 반값 등록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의회는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에 관련 조례를 발의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대학 등록금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인구 감소 때문이다. 안산시의 인구는 2013년 71만여 명에서 작년 기준 66만여 명으로 5만3000여명(7.47%)이 감소했다.

지난해엔 2017년보다 1만8627명이 빠져나가면서 전국 시·군·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도시가 됐다.

화천군과 부안군 등도 꾸준히 주민 수가 줄고 있는데 특히 젊은 층 인구가 많이 줄었다. 여주시는 수도권 시(市)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소멸 우려 지자체’로 분류됐다. 인구 감소로 지역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마저 나오면서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등록금 지원’을 꺼낸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안산시의 경우 모든 대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4단계 사업이 시행되면 연간 33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안산시 연간 가용 예산(올해 약 2900억원)의 12% 정도다. 화천군도 올해 전체 예산(3918억원)의 0.7%를 등록금 지원 예산에 쏟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도 예산 문제로 반값 등록금 사업을 검토했다가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행정학과)는 “선거철이면 여야가 경쟁적으로 각종 무상 정책을 내놓는데 예산은 곧 세금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부담도 커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모란·박진호·김준희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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