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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김의겸의 ‘쓰임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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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중 앞에 다시 등장했다. 1일 페이스북에 ‘흑석동 집을 판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3일과 4일 잇따라 라디오 인터뷰에 응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8개월 만이다.

그는 25억원을 주고 산 상가주택을 팔면서 차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매각 결심 이유는 이렇게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동산 안정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어줘야 한다. 그런데 야당과 보수 언론이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다.”

현 정부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송파구 50.9%, 성동구 49.8%, 강동구 49.5% 등이다(부동산 114). 역대 정부 최고치다.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8000만원을 돌파했다(KB 국민은행). 2년간 땅값만 2000조 올랐다는 조사도 3일 나왔다(경실련). 온라인에선 “문재인 정부 믿고 아파트 팔았다가 쪽박 찼다,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는 원망이 차고 넘친다. 17번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쏟은 뒤 받은 성적표다. 그래도 믿음이 부족한가.

그는 청와대 대변인 시절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태우 전 수사관에 대해 “대검찰청 소속 검찰 주사 6급에 해당한다, 그의 첩보엔 불순물이 끼어 있다”고 했다. 압권은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아직도 유전자 믿음은 굳건한가.

그는 인터뷰에서 ‘응어리’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종도 하고 촛불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투기로만) 기억된다”고 했다. 총선과 관련해선 “쓰임새가 있길 바란다”며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후배 기자를 향해선 “역사의식”을 강조했다. 행여 그의 쓰임새가 ‘386 꼰대의 재확인’은 아닌지 갸웃했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