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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저출산 정책, 30년을 내다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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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필자는 2016년 출판한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 정책의 목표는 출생아 40만 명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생아 수가 매년 크게 변하지 않으면 인구구조는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비록 초저출산 현상은 지속되지만 2002년 이후 출생아 수가 2015년까지는 4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14년 간 지속된 40만 명대의 출생아 수가 최소한 6년만 더 버텨주면 0세부터 19세 까지의 인구가 모두 40만 명대가 되어서 이들이 청년으로 또 장년으로 성장할 때 인구 때문에 사회가 어려워지는 일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40만 명은 마치 심리적인 마지노선과 같기 때문에 출생아 수 40만 명이 무너지면 앞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었다.

저출산 기본 계획의 성패가 #국가와 국민들 미래를 결정 #30년 뒤 15만 명 출생도 난제 #정책 전환점 반드시 마련돼야

안타깝지만 필자의 경고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2016년 간신히 4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 약 36만 명, 2018년 약 32만 명이 되었다. 지난 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출생아 수는 1월부터 9월까지 23만 명으로 2018년의 같은 기간 동안과 비교해도 벌써 2만 명이나 적다. 10월부터 12월까지 작년만큼 아이가 태어나야 올해 간신히 30만 명 출생에 턱걸이가 가능하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018년에 비해 더 많기는커녕 비슷한 수가 태어난 적이 한 달도 없었다. 올해 출생아 수 30만 명이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 된다. 거기에 만일 출산한 엄마가 외국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순수 내국인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의 수만 고려한다면 아마도 2019년의 출생아 수는 약 28만 5천 명 정도가 될 게 분명하다.

이렇게 줄어든 출생아 수가 우리나라에 당장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미미하다. 아마도 내년에 영유아를 시장으로 둔 산업들(예컨대 분유, 기저귀, 어린이집 등)을 제외하고는 20만 명대 출생을 현실로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실제로 사회에서 기능하고 영향을 주게 되기까지는 아직도 20여 년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관련 정책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청와대에서도 정책적 대응의 우선순위가 자꾸 뒤로 밀리게 되는 이유다.

물론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어 150조가 넘는 예산을 들여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의원들이 저출산 대책 선진 사례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와 스웨덴으로 탐방활동을 다녀왔다. 청와대는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어 저출산 관련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모두 알맹이 없는 형식에 불과했다. 출산율이 또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 모두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호언만 반복되고 있지만 며칠 지나면 저출산은 다시 그들의 우선 순위 리스트에서 사라진다. 2006년부터 이렇게 반복된 결과가 바로 올해 내국인 출생아 수 20만 명대다.

2021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제4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응 정책은 5개년 계획을 짜서 실행하고 있다. 사실 이것도 좀 말이 안된다. 저출산 대응이 무슨 경제개발정책도 아니고 5년 마다 새롭게 짜서 5년 간 그 계획에 따라서 실행한다니…. 백번 양보해서 그것도 좋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더 이상 시행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지금쯤 제4기 기본계획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어야만 한다. 많은 국민들은 저출산 대응 정책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위원회의 사무처를 통해 지금까지 문제점들을 다 파악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4기 계획을 이미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20~30년 뒤 내 삶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함이 당연한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사무처장은 차관급이니 그 어떤 일보다 잘 준비할 환경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로 그러할까?

정부는 현재 어떤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어떤 저출산 정책을 마련하는지가 국민들의 미래를 담보로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여성가족 그리고 복지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되어 있는 저출산 정책이 우리나라의 사정과 맥락에 정말로 맞는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 미래를 담보로 아니면 말고 식의 저출산 정책을 펼칠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 태어난 아이들은 오늘보다는 미래 사회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그렇게 보면 2050년 우리나라에는 많아야 15만 명이 태어나게 된다. 그것도 올해 태어난 아이들 약 30만 명 중 절반이 여성이니, 그들이 30년 뒤에 1명이라도 출산을 해준다는 가정이 성립되었을 때다. 제4기 기본계획이 실패하여 여성 1명이 채 1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면 15만 명은커녕 한 해 10만 명 출생이 현실화될 것이 분명하다. 제발 필자의 이런 걱정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란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