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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안주, 인재상도 없는 대학” 서울대의 ‘자기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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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대에서 열린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4일 서울대에서 열린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서울대가 가진 기득권에 대해 반성해봐야 한다.”(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

“대학이 지향하는 인재상이 뭔지 19년 교수를 한 나조차도 모르겠다.”(신종호 서울대 교수)

서울대 교수들이 “서울대가 바뀌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가 4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개최한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포럼에서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인사말에서 “서울대가 지식을 바탕으로 훈수 두는 역할만 해 왔는데, 이제는 우리부터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포럼 참석자들은 서울대가 기득권을 누리면서도 사회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연 명예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서울대가 사회로부터 다시 사랑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기득권이 뭔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서울대가 세계 대학평가에서 30위권에 올랐지만, 허상일 뿐, 실제 100위 저 밖이라고 봐야 한다”며 “교육과 연구를 넘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서울대는 엄청난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희망이었다”며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관악을 보라는 말이 있는데, 관악을 좀 보고 싶게 해달라”고 했다. 염 전 총장은 “이제는 지식이 10년도 되지 않아 바뀌는 시대인데, 아직도 60년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서울대가 먼저 변화해달라”고 말했다.

4일 서울대에서 열린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포럼에서 김의영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의 사회 공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4일 서울대에서 열린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포럼에서 김의영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의 사회 공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서울대가 학생 교육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입장에서 서울대는 들어오고 싶은 대학이지만 졸업하고 나면 ‘뭘 배웠지’ 하는 대학이다”고 말했다. “졸업생이 4년간 지도교수 얼굴도 본 적 없다고 한다. 서울대는 학생이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대학”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강의실을 없애고 토론 공간을 늘려 수업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도 “우리가 길러내는 학생들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냐는 비판이 있다. 남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을 길러내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생은 목표를 이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목표가 없으면 당황하는 특성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에 불안을 견딜 수 있는 학생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이번 포럼에서 나온 비판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준호 서울대 기획처장은 “서울대란 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절실함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이제는 우리 구성원들도 변화하기 위한 준비가 되고 있다고 본다. 하나둘씩 변화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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