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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5전6기, 청주 프로축구팀 창단을 응원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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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FA컵 16강전 직후 청주 FC 선수단을 격려하는 청주 팬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5월 FA컵 16강전 직후 청주 FC 선수단을 격려하는 청주 팬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청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창단이 또 한 번 미뤄졌습니다. 지난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이사회 결과 청주시티FC(가칭)가 제출한 창단 신청서가 반려된 것이죠. 프로연맹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결과 재정 확보 계획이 미흡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구단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청주가 프로축구팀 창단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출발점은 4년 전인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역 축구인들과 기업인들이 뜻을 모아 창단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그 해 11월 프로연맹에 처음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해체가 결정된 내셔널리그 명문 울산미포조선축구단을 인수해 프로팀으로 새출발한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청주시의회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구단 예산 55억원 중 상당 부분을 시가 충당한다는 계획이 의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죠.

프로축구연맹은 청주시티FC의 프로 진출을 승인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프로축구연맹은 청주시티FC의 프로 진출을 승인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후 매해 방법을 달리해가며 프로팀 창단을 추진했지만,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6년에는 청주시티FC라는 K3리그 클럽을 먼저 창단한 뒤 이 팀을 프로화하는 방법을 구상했습니다. 이번에도 시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청주시가 프로팀 창단 취지를 이해하고 돕겠다고 선언한 건 눈에 띄는 진일보였지만, 시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문제는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청주시티FC는 지난해부터 ‘기업형 구단’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청주시티FC의 모기업격인 SMC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지역 내 50여 개 기업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이끌어냈습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처럼 기업체에 구단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그 대가로 지원을 받는 ‘네이밍 스폰서십’도 유치했습니다.

올해 프로연맹이 청주의 손을 잡아주지 않은 이유는 ‘자금 조달의 지속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청주가 제출한 계획서 곳곳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연맹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 확보 여부를 중요하게 따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간 50억원 안팎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축구팀을 위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청주시티FC 구단주인 김현주 대표가 시즌 종료 후 선수들에게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티FC]

청주시티FC 구단주인 김현주 대표가 시즌 종료 후 선수들에게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티FC]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도 클 법한데, 청주시티FC는 의연했습니다. 곧장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죠. “창단 시기가 다소 늦춰지는 것일 뿐,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강해 2022년 3월까지 수정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듯 청주가 프로팀 창단 도전을 지속하는 과정에 끊임 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김현주 SMC엔지니어링 대표입니다. 반도체 관련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김 대표가 프로축구팀 창단 작업을 주도하는 게 이채로운데, 출발은 단순했습니다.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축구팀을 만들어 연간 수천만원 정도를 지원해주다가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하죠. 직장인 축구팀 하나만 새로 생겨도 회사가 활기 넘치는데, 청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이 탄생하면 시민들을 하나로 모으면서 즐거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하네요.

프로팀 창단 꿈을 품은 이후 김 대표는 매년 청주시티FC에 1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면서 언제든 프로의 문이 열리면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해왔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는 회사(SMC엔지니어링)를 보유하고도 인삼 관련, 제빵 관련 사업체를 추가로 운영하는 이유는 축구단에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청주시티FC는 나눔 활동에도 열심이다. 나눔콘서트에 참석한 김현주 구단주(맨 오른쪽). [사진 청주시티FC]

청주시티FC는 나눔 활동에도 열심이다. 나눔콘서트에 참석한 김현주 구단주(맨 오른쪽). [사진 청주시티FC]

2년 전쯤, 김현주 대표가 충북 지역 방송에 출연해 프로축구단 창단 관련 토론을 하는 장면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로축구팀은 세금 먹는 하마”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대 패널에 맞서 “시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이전에 없던 즐거움을 드릴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는 김 대표의 진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주는 이제 6번째 프로팀 창단 도전을 시작합니다. 앞선 5년 간의 실패 경험은 쓰리지만, 대신 교훈도 얻었죠. 삼성, 현대 등등 굴지의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면 프로팀 창단 과정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요. 청주와 함께 프로팀 창단 신청을 한 아산이 ‘합격’ 판정을 받은 건 충청남도와 아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주시는 이제껏 청주시티FC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시의회를 의식한 때문인지 일부러 선을 긋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하더군요. 이제부터라도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이 창단될 경우 지역에 미칠 다양한 영향을 정확히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검토해주길 기대합니다.

모범사례를 꼽으라면 대구 FC를 들 수 있겠네요. 대구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삼성라이온즈가 예전만큼의 위용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구 FC는 대구시민들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으로 좋은 팀을 만들고, 수준급 경기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대구가 했는데 청주가 못 할 이유가 있을까요.

중앙일보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김현주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축구팀 SMC엔지니어링은 FA컵에서 2년 연속 2라운드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김현주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축구팀 SMC엔지니어링은 FA컵에서 2년 연속 2라운드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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