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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로 성금내는 2030…SNS는 전구~욱 기부 자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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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김지은(여‧29)씨는 스마트폰으로 SNS 인스타그램에서 “오늘도 지은이는 친구에게 생리대를 빌렸다”는 후원 광고를 접했다. 교복을 입고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본 김씨는 “내 이름과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서 캠페인을 꼼꼼히 살펴본 후 카드 간편결제로 첫 후원금을 냈다.

김지은씨가 스마트폰으로 본 생리대 후원 캠페인. [사진 굿네이버스 홈페이지]

김지은씨가 스마트폰으로 본 생리대 후원 캠페인. [사진 굿네이버스 홈페이지]

 스마트폰은 기부 문화까지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심심할 땐 TV보단 유튜브가, 배달 음식을 시킬 땐 전화보단 애플리케이션(앱)이 익숙한 2030세대는 기부할 때도 모바일을 적극 이용한다. 본지가 굿네이버스‧밀알복지재단‧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한국위원회‧위스타트‧초록우산어린이재단‧플랜코리아(가나다순) 7개 민간 NGO(비정구기구)의 모금 동향을 조사한 결과다.

스마트폰·SNS가 바꾼 기부 문화 #신규 후원자 40% 이상 디지털로 #기부 결정도 쉽지만 중단도 쉬워 #"동참→후원으로 단계적 기부 중요"

2015년까지 급속 성장, 이후 기부금 횡령 사건 등으로 둔화 

본지가 위 7개 기구 중 자료를 제공한 5곳의 개인 모금액 평균치를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기부 금액은 2009~2015년까지 급속한 성장세를 이루다 2015년 이후 둔화했다. 가파른 성장엔 ‘희망로드 대장정’ ‘희망TV SBS’ 등 TV 모금방송과 거리 모금으로 정기후원자를 양성한 것이 큰 몫을 했다. 그러다 2015년 이후 TV 매체력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레 모금 방송을 통해 기부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한국모금가협회가 펴낸 '기부문화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TV 등 언론 매체를 통한 기부는 2014년에 29.9%였지만, 2018년 8.6%로 하락했다.
여기에 2017년 ‘어금니 아빠’의 기부금 횡령 사건, 새희망씨앗 기부 사기 등 NGO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기부 시장은 휘청거렸다. 이런 시점에서 디지털은 젊은 후원자를 끌어당기고, NGO의 캠페인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새로운 창구로 떠올랐다.

 위 7개 단체 중 4곳이 “SNS 등 디지털로 유입되는 신규 후원자는 전체 40% 이상이며 그중 20~40대 초반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각 단체 모금 전문가들은 이들의 특징으로 ▶사업 내용을 꼼꼼히 보고 후원을 결정하는 점 ▶자신의 기부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이들은 디지털 정보 습득에 능숙하기 때문에 기관 홈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기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플랜코리아 모금전략실장은 “이들은 '내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한다”며 전했다. 두 사람 모두 "TV 모금 방송에 나온 불우 이웃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후원을 바로 결정하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부산경남 구세군 자선냄비는 2017년부터 디지털 기부 방식을 선보였다. [중앙포토]

부산경남 구세군 자선냄비는 2017년부터 디지털 기부 방식을 선보였다. [중앙포토]

디지털 공간에서 ‘기부 인증’을 하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조종현 유니세프한국의원회 후원자모집팀장과 이재명 플랜코리아 모금전략실장은 “정기후원시 반지와 발찌 등 단체가 직접 만든 선물을 주는데, 젊은 기부자들이 이를 SNS에 많이 올리는 등 호응이 퍽 좋다"고 말했다.

2030 거리 모금도 관심 높지만 쉽게 후원 끊어

디지털 모금이 강세라 해서 길거리 대면 모금이 사라진 건 아니다. 김연주 세이브더칠드런 대면모금팀장은 “거리 모금에선 20대 후원자가 가장 많이 유입된다”고 말했다. 황대벽 밀알복지재단 전략사업부장 역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거리에서 참여형 이벤트를 자주 여는데 20대 참여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후원자는 후원을 쉽게 끊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최지희 세이브더칠드런 미디어모금팀장은 “대학생·사회초년생은 모금 취지에 공감해 후원을 시작했다가 소비를 줄일 상황이 되면 끊는다”며 “마음은 있어도 경제 형편이 걸림돌이 되는 듯하다”고 했다. 곤란한 상황에서 자기 뜻을 직접 표현하길 꺼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도 나타났다. 오창재 위스타트 모금팀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 그만 후원하겠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엔 금융결제원 서비스 등으로 우회해서 해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NGO는 쌍방향 소통 이끌고 후원자 참여 늘려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문위원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젊은층의 후원 지속률이 낮은 건 캠페인과 사업을 하나씩 보고 스스로 선택해 기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기부 문화를 조성을 위해 NGO는 후원자에 사업 진행 과정을 상세히 알리는 등 쌍방향 소통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기빙코리아 2019’ 보고서에 따르면 NGO의 재정정보와 사업성과의 정보 공개 비율은 80% 이상으로 높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정도는 52%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적극적 소통에 이어 중요한 건 자원봉사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참여하는 경험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이영 마케팅팀장은 “캠페인 소개-서명 동참-관련 자원봉사 참여-정기후원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기부가 중요하다"며 "이 단계를 밟은 후원자는 쉽게 중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부 모니터링 장치 필요, NGO엔 자율성 줘야" 

전 위원은 "디지털 변화를 맞은 기부 시장엔 정비할 두 가지 요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디지털 기반의 신생 단체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검증할 장치는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기꾼이나 비전문가가 쉽게 모금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를 걸러낼 모니터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어 "오랜 기간 활동해온 NGO에겐 디지털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부금품법은 모금 비용을 전체 기부금의 최대 1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즉 10억을 모으려면, 모금을 위한 관리·운영·사용에 1억5000만원만 쓸 수 있다. 그는 "매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며 "모금 비용 비율은 미국처럼 단체와 기부자가 선택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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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고석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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