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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파리 뒷골목서 15년만에 세계 1위 찍은 이 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5년 파리 13구의 한 작은 샐러드바 뒤편. 3명의 기술자가 지금의 ‘넷플릭스’ 같은 평점 기반 영화추천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사무실도 없는 신세였기에 샐러드바에서 일했고, 끼니는 공짜 점심(Free Food)으로 때웠다.

J.B.뤼델 크리테오 창업자 단독 인터뷰

지금은 글로벌 대기업이 된 ‘크리테오(Criteo)’의 이야기다. 크리테오는 데이터ㆍ머신러닝을 통해 맞춤형 인터넷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만여개 고객사에서 나온 지난해 매출은 약 2조7000억원. 세계 애드테크(Ad-Techㆍ기술 기반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 기준).

국내에선 e커머스 상위 10개사를 포함해 판교 게임사, 금융사 등 600여개 기업과 일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 크리테오코리아 본사에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를 만났다. [사진 크리테오]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 크리테오코리아 본사에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를 만났다. [사진 크리테오]

#프렌치 테크의 자존심

놀라운 점은 크리테오가 프랑스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 미국 IT 공룡들이 연일 세계 시총 순위를 갈아치우던 지난 10년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살아남아 2013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17억 달러(약 2조원).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선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사례였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그 후에도 1조원 이상에 인수됐거나 상장한 AI 스타트업은 6개뿐이다.

CB인사이츠가 지난 8월 발표한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됐거나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AI 스타트업' 7개사. 크리테오는 2013년 AI 스타트업 중 가장 먼저 미국 나스닥에 약 2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됐다. [사진 CB인사이츠]

CB인사이츠가 지난 8월 발표한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됐거나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AI 스타트업' 7개사. 크리테오는 2013년 AI 스타트업 중 가장 먼저 미국 나스닥에 약 2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됐다. [사진 CB인사이츠]

중앙일보는 ‘프렌치 테크의 자존심’ 크리테오의 창업자 장 바티스트 뤼델 대표를 지난달 20일 강남 크리테오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크리테오(Criteo)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크리테오(Criteo)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왜 한국인가

크리테오에게 한국이란.
우리의 사업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e커머스 매출에 있어선 독일보다 중요하다. 특히 모바일 앱과 기술 면에서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리테오가 일본보다 앞선 2010년에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유다. e커머스 내에서 모바일 인앱 결제 비중이 아주 크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 앱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일본이나 유럽 같은 전통시장에선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모바일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곳은 중국뿐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테오 AI 연구소 기념행사에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크리테오는 지난해 AI 연구소를 설립해 학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 크리테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테오 AI 연구소 기념행사에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크리테오는 지난해 AI 연구소를 설립해 학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 크리테오]

한국 기업들은 미국ㆍ중국에 위기감을 느낀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공룡들의 점유율이 매우 낮지 않나. 미국조차도 아마존이 e커머스의 50%를 점령했다. 한국은 e커머스와 네이버ㆍ카카오 같은 강력한 토종 기업들이 제각각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시장이 더 열려있고 역동적이다. 미국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럽이 보기엔 아주 모범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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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과 성공

크리테오가 하는 일은.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낸다. 매달 20억명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수백만개의 제품 중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선별하는 게 어렵다. ‘셔츠를 산 사람이 다음에도 옷을 살까? 어떤 물건을 같이 살까?’ 등을 예측해야 한다. 구매 이력을 보고 제품군을 ‘묶는(mapping)’ 데에 아주 복잡한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
세포라 브라질 지사는 지난해 크리테오 솔루션을 통해 신규고객 170만명에게 광고가 도달,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725% 증가했다. 세포라는 프랑스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뷰티 편집샵이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세포라 매장. [사진 블룸버그]

세포라 브라질 지사는 지난해 크리테오 솔루션을 통해 신규고객 170만명에게 광고가 도달,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725% 증가했다. 세포라는 프랑스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뷰티 편집샵이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세포라 매장. [사진 블룸버그]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글로벌 1위가 됐다.
크리테오를 설립했던 시기는 인터넷이 덜 발전했을 때였다. 온라인 상품은 많은데 정작 ‘내가 원하는 걸’ 발견하긴 어려웠다. 영화 추천 엔진을 계속 만들어 넷플릭스의 고객사가 되느니 의류ㆍe커머스 등 확대 추천 엔진을 만들기로 했다. 광고 인벤토리(광고가 실리는 곳)에 우리가 돈을 먼저 지불하고 실제 소비자의 조회나 클릭이 있을 때만 고객사의 돈을 받았다. 지금도 사용자가 관심을 보여야만 비용을 받는 수익모델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대부분의 애드테크 기업이 미국 출신이다. 미국 고객들은 미국 기술이 최고라고 믿는다. 유럽 기업을 시도해보라고 설득하는 것부터가 아주 힘들었다. 지금은 미국이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 되어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초반에는 유럽 고객이 많다 해도 ‘그래서 미국 고객은 누가 있냐’고 물어와서 악순환이었다.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를 봤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개인정보보호

20억명의 데이터를 어떻게 얻나.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얻기 쉽지 않다.
프라이버시는 디지털 경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유럽도 1년 전부터 GDPR(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됐다. 프랑스ㆍ독일 등은 한국ㆍ일본만큼이나 개인정보보호에 아주 예민한 곳이다. 우린 GDPR을 지지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크리테오는 2009년 업계 최초로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할지 말지를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크리테오 파리 본사 내부 [사진 크리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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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다른 길

구글ㆍ페북과 다른 점은.
지난 2년간 IT 공룡들의 트렌드는 ‘폐쇄적 생태계 구축’이었다. 고객사들은 거대 기업의 기준을 따라야만 했다. 우린 오픈 인터넷 기반이다. 고객사가 인벤토리 데이터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통제ㆍ관리한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테오 AI 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 [사진 크리테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테오 AI 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J.B.뤼델 크리테오 대표. [사진 크리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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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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