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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씨 마를뻔한 ‘바둑이 삽살개’ 복제견 2세 얻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태어난 바둑이 삽살개 형제 자매. 이중 2마리가 단모종 바둑이 삽살개다. [사진 김민규 충남대 교수팀]

지난해 태어난 바둑이 삽살개 형제 자매. 이중 2마리가 단모종 바둑이 삽살개다. [사진 김민규 충남대 교수팀]

무정자증의 아버지를 체세포 복제한 멸종 위기 토종 단모종(짧은 털) ‘바둑이 삽살개’가 자연 번식으로 2세를 얻어 대를 잇는 데 성공했다. 바둑이 삽살개는 일제의 박멸정책으로 사라지면서 조선 시대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었으나 2017년 체세포 복제로 복원에 성공한 토종개다.

김민규 충남대 교수팀과 한국삽살개재단 등 단모종(짧은 털) 바둑이 삽살개 보존 연구팀은 2017년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수컷 단모종 바둑이 삽살개가 암컷 장모종(긴 털) 바둑이 삽살개와 인공 수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새끼 7마리를 낳았다고 3일 밝혔다.

새끼 가운데 2마리는 짧은 털 암컷 삽살개였다.

지난해 장모종 바둑이 삽살개가 새끼 7마리를 출산했다. 이중 2마리가 단모종이다.[사진 김 교수팀 제공]

지난해 장모종 바둑이 삽살개가 새끼 7마리를 출산했다. 이중 2마리가 단모종이다.[사진 김 교수팀 제공]

새끼들은 이제 곧 돌을 앞두고 있다. 환경 적응력을 갖춰 잘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발정기를 거치면서 생식 능력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새끼의 할아버지는 무정자증으로 번식이 불가능했던 단모종 바둑이 삽살개다.

앞서 한국삽살개재단은 10여 년 전 태어난 수컷 얼룩 삽살개 번식을 시도했으나, 무정자증 영향으로 번번이 번식에 실패했다.

2017년 복제에 성공해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공개된 바둑이 삽살개 두 마리. [연합뉴스]

2017년 복제에 성공해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공개된 바둑이 삽살개 두 마리. [연합뉴스]

김민규 교수팀은 이 삽살개의 체세포를 받아 난자 제공 견의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난자와 수컷의 세포를 융합시킨 후 대리모 견에 이식해 임신과정을 거쳐 2017년 2월 복제에 성공했다. 이 삽살개 체세포 복제견은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 기증돼 관람객과 만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짧은 털 바둑이 삽살개는 전체 삽살개 중 1%도 안 되는 확률로 태어나는 대단히 귀한 동물”이라며 “불임 동물을 복제해 자연 번식 기술로 후대를 잇게 한 건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연구”라고 말했다.

삽살개 단모종과 장모종은 유전자 염기서열 30억 개 중 딱 한 개 차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영조 때 궁중화가 김두량의 삽살개 그림. [사진 대전 오월드]

조선 영조 때 궁중화가 김두량의 삽살개 그림. [사진 대전 오월드]

이중 단모종 삽살개는 한국 토종견으로, 조선 시대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김홍도나 신윤복 등의 회화 작품에도 등장한다. 특히 조선 시대 궁중 화가 김두량의 그림에는 영조가 친필로 ‘柴門夜直 是爾之任 如何途上 晝亦若此’(밤중에 사립문을 지킴이 임무인데 어찌하여 길 위에서 대낮부터 이렇게 짖고 있느냐)라는 화제(畵題)를 쓴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멸종 위기에 있다. 일제시대 모피 자원 공출 과정에서 대부분 도살당하며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번에 태어난 암컷 짧은 털 바둑이 삽살개와 수컷 긴 털 바둑이 삽살개 간 자연 번식 가능성 등 후속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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