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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목전 '겨울왕국2' 역대 최초 5번째 1000만 탄생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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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은 이 영화가 하루만에 166만 관객을 모은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극장 티켓매표소. [뉴스1]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은 이 영화가 하루만에 166만 관객을 모은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극장 티켓매표소. [뉴스1]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가 개봉 11일 만에 관객 800만명을 돌파했다. 비수기로 꼽혀왔던 11월 극장 관객 수도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하며 역대 최다(1859만명)를 기록했다.

900만 관객 육박한 '겨울왕국 2' #올해 디즈니 세번째 1000만 될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개봉한 ‘겨울왕국 2’는 지난 1일까지 누적 858만 관객을 동원했다. 800만 도달 속도가 ‘어벤져스: 엔드게임’(8일차, 최종 관객 수 1393만) ‘신과 함께: 인과 연’(9일차, 1227만) ‘명량’(10일차, 1761만)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빠르다. 현재 추세론 5년 전 1편에 이어 1000만 관객도 무난해 보인다. 이 경우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에 이어 사상 처음 한 해 최다 다섯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한다. 이전까지 1000만 영화 최다 배출 해는 2014년으로,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에 더해 이듬해 1000만을 달성한 12월 개봉작 ‘국제시장’까지 총 4편이었다.

올해 1626만 관객을 모으며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올해 1626만 관객을 모으며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역대 1000만 영화 대다수가 여름 휴가철, 설‧추석 명절 연휴, 연말연시 등에 개봉했다면, 올해는 국내 극장가의 전통적 성수기가 아닌 시기의 이례적 흥행이 잇따랐다.

봄철 단골 흥행왕 디즈니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즈니다. ‘겨울왕국 2’로 가을 틈새시장을 장악한 데 앞서, 계열사 마블의 히어로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월, ‘알라딘’ 실사영화가 5월 선보여 쌍천만 관객을 빨아들였다. 3월 개봉해 580만 관객을 동원한 ‘캡틴 마블’까지, 봄철 극장가를 그야말로 지배했다.

실사영화 '알라딘'에서 1000만 흥행의 주역 자스민 공주.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가 부각되며 솔로곡도 새로 삽입됐다. 한국에선 싱어롱 상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실사영화 '알라딘'에서 1000만 흥행의 주역 자스민 공주.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가 부각되며 솔로곡도 새로 삽입됐다. 한국에선 싱어롱 상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올해만이 아니다. 디즈니의 이런 봄철 개봉 전략은 11년 전 마블영화(MCU) 1호 ‘아이언맨’이 시초다. 지난 6월 영진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상영점유율의 상관관계‘ 페이퍼에서 곽서연 영화정책연구원은 “마블영화는 주로 전통적인 극장 비수기라 할 수 있는 4월에 개봉했다(9편). 이후 4월에 개봉한 마블영화는 ‘토르: 천둥의 신’을 제외하고 모두 해당 연도 흥행 순위 5위권에 들었다”면서 “극장 입장에서는 고예산 한국 영화가 개봉을 꺼리는 극장 비수기에 마블영화의 상영점유율을 최대한 높여 극장 매출을 끌어올릴 기회가 됐을 수 있지만, 마블영화 개봉 패턴이 일찌감치 4월 개봉을 선점해 다른 영화들이 그 시기에 개봉하기를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4월 개봉한 첫 마블영화(MCU)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 '아이언맨1' 스틸 이미지]

2008년 4월 개봉한 첫 마블영화(MCU)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 '아이언맨1' 스틸 이미지]

시기를 3~5월까지 확장하면 마블영화 총 23편 중 봄철 개봉작은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등 12편에 달한다. 이어 가을 출시작도 증가해온 추세다. 6년 전 ‘토르: 다크 월드’를 시작으로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 라그나로크’ 등으로, 마블 브랜드 티켓파워에 힘입어 스크린을 점령하며 각각 300만~500만 관객을 모았다.

'극한직업' '기생충' 웃었지만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칸 EPS=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칸 EPS=연합뉴스]

올해는 디즈니와 더불어 CJ ENM의 배급작이 흥행 상위권을 휩쓸었다. CJ는 설 연휴를 석권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극한직업’에 이어,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알라딘’과 나란히 5월 개봉작으론 유례없는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관객 수도 사상 최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3년 2억 명을 넘은 이래 6년간 2억1000만 명대에 정체했던 연간 극장 관객 수가 2억2000만대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지난달까지 총 관객 수가 2억421만명. 12월 한 달간 관객 수는 2012년 이래 7년간 평균 2000만명을 웃돌았다.

다만 올해 성수기 대작영화들은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신예 이상근 감독의 재난영화 ‘엑시트’가 여름내 942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했고, 디즈니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누적 관객 802만 명)과 ‘라이온 킹’(484만 명) 등이 선전한 반면 연초 ‘뺑반’ ‘우상’과 여름 시즌 ‘사자’ ‘나랏말싸미’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한 총제작비 100억원대 여러 대작들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올여름 900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엑시트'의 주연 배우 조정석이 유독가스 재난을 피해 외줄타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올여름 900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엑시트'의 주연 배우 조정석이 유독가스 재난을 피해 외줄타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특히 성수기 과당경쟁이 지난해 추석에 이어 또다시 문제로 지적됐다. 영진위의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서 김성희 객원연구원은 “성수기에 집중하고 마블영화는 피한다는 배급전략에 따라 한정된 시기와 관객을 두고 한국영화끼리 과열 경쟁을 펼치는 악수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SNS 입소문 등을 통해 검증된 영화를 선택하려는 관객의 신중한 소비 성향이 날로 강해”지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몇몇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했다.

한국 여성 감독 데뷔작 선전 

한국영화로는 여성 감독 영화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0위권에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박누리 감독의 ‘돈’,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 엄유나 감독의 ‘말모이’ 등 신인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 4편이나 올랐다. 독립예술영화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대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김보라 감독의 데뷔작 ‘벌새’를 비롯해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이옥섭 감독의 ‘메기’ 등이 팬덤을 얻었다.

김도영 감독의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은 동명 원작 소설과 함께 화제와 논란 속에 흥행을 거뒀다. 사진은 주인공인 김지영 역의 배우 정유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도영 감독의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은 동명 원작 소설과 함께 화제와 논란 속에 흥행을 거뒀다. 사진은 주인공인 김지영 역의 배우 정유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디즈니의 ‘겨울왕국 2’도 이달 중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이 편성되며 흥행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CGV 관객 분석에 따르면 이미 4DX 흥행 속도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앞지르는 등 특수관 재관람이 늘고 있다.

디즈니 여성 서사 내년에도 강세 

실사판 영화 '뮬란'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실사판 영화 '뮬란'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올해 디즈니는 계열사 마블의 여성 히어로물 ‘캡틴 마블’부터 자스민 공주를 부각한 ‘알라딘’, 자매의 사랑을 다룬 ‘겨울왕국 2’까지 여성 서사로 주목받았다. “여성 캐릭터들은 늘 싸운다, 여성 캐릭터는 어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다.” 지난달 내한한 ‘겨울왕국 2’의 공동감독 제니퍼 리 얘기다. 디즈니의 이런 여성 서사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배우 유역비가 중국 공주로 주연한 실사판 ‘뮬란’, 스칼렛 요한슨의 마블 여성 히어로물 ‘블랙 위도우’, 안젤리나 졸리가 마동석과 호흡 맞춘 ‘이터널스’ 등이 기다린다.

시민단체, 디즈니 독과점 검찰 고발 

디즈니는 기존의 마블‧픽사‧루카스필름(‘스타워즈’ 제작사) 외에 최근 21세기폭스를 인수‧합병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하며 콘텐트 공룡으로서 전세계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한국에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최고 상영점유율이 80.9% 이르는 등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 2'가 스크린을 과도하게 점유했다며 배급사 디즈니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이제 마블을 비롯해 디즈니 영화에 있어선 성수기‧비성수기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면서 “한국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제재가 없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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