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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끝낸 황교안 "읍참마속" 외친 날, 당직자 35명 전원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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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본인을 비롯한 당직자 전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뉴스1]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본인을 비롯한 당직자 전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뉴스1]

자유한국당 중앙당 당직자 35명이 2일 황교안 대표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단식 이후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외친 황 대표에게 쇄신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라는 게 한국당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맹우·추경호·김도읍 등 측근과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동참 #'황교안식 물갈이' 신호탄되나 #"후임 인선 통해 평가 받아야"

사직서는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2시쯤 문서파일 형태로 황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27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포함한 당직자 전원이 당직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어 “변화와 쇄신을 더 강화하고 한국당의 새로운 체제 구축하기 위해서”라며 “새롭게 신발 끈을 졸라매는 심정으로 당직을 새로 구축할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직 사의를 표명한 35명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은 24명이다. 나머지 11명은 원외 인사다. 박 사무총장 외에도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 ‘당 해체’ 주장을 했던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외 인사로는 원영섭 조직부총장 등이 있다. 다만 당 ‘원내대표단’, ‘총선기획단’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밑그림은 지난주부터 그려졌다. 한국당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황 대표 단식 때부터 참모들 사이에서는 교감이 있었다”며 “병원에 실려 간 뒤 본격적으로 논의했고 주말에는 참모들끼리 회의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사무총장이 2일 오전 ‘전원 사퇴’ 의사를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표도 반대는 안 했으니 수긍한 셈”이라고 했다.

황 대표의 수락 의사를 확인한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박 사무총장과 김도읍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의원총회도 불참한 채 나머지 당직자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 용퇴 의사를 확인했다. 김세연 원장도 “일괄이면 당연히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2시에 제출된 정식 사직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정미경·신보라 의원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정미경·신보라 의원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당 내에서는 이번 일괄 사표 제출이 ‘황교안식 쇄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단식 중단 후 처음으로 당무에 복귀한 뒤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세력과 싸울 것이고 필요하다면 읍참마속도 하겠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한국당이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확신하게 됐다. 당의 과감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식 투쟁을 벌인 ‘텐트’에서 당무를 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황 대표가 ‘영남’ ‘친박’에 편중됐다고 평가받은 주요 당직을 일신함으로써 ‘황교안 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황 대표에게는 숙제이기도 하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 후임 인선이 황 대표와 한국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김세연 원장도 “한국당 당직자가 모두 일괄사퇴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보기에 쇄신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동의했다”면서 “하지만 만약 전원이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당직자의 사퇴가 반려된다면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사직서를 다시 물릴 수는 없겠지만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한국당 당직자는 “단식 이후 새롭게 태어날 당을 위해 쇄신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라며 “후임 인선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온전히 황 대표의 몫이다. 본인이 헤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가 후임 인선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도기가 짧아야 한다”(박 사무총장),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할 것”(당 관계자)는 말이 이미 나오고 있기도 하다. 다만 후임 인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표가 수리되면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한 번에 35명 전원을 교체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수리하고 인선하는 과정을 거칠 것”(핵심 관계자)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영익·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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