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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현실화보다 KBS 신뢰도 향상이 먼저”

중앙일보

입력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양승동 사장. [사진 KBS]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양승동 사장. [사진 KBS]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으로부터 분리해달라.”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 21만명을 돌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 등 바람 잘 날 없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쌓인 것이다. KBS 양승동 사장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국민께 송구하다”며 “39년째 동결된 수신료 현실화도 시급한 문제지만 그에 앞서 KBS 신뢰도 향상과 영향력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양승동 사장 기자간담회

양 사장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피하지 않고 답했다. 김경록씨 인터뷰 유출 논란에 대해서는 “현장 기자의 의도와 인터뷰 대상자의 입장이 충돌할 수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편집해 보도할 수 있지만, 다른 보도를 통해 인터뷰에 응한 사람의 취지를 살려 균형을 맞출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수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취재 윤리에 대한 평가도 더욱 엄격해졌다”며 “출입처 폐지를 시작으로 취재 제작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영상장비 엔지니어 직원이 10월 31일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당시 촬영한 이착륙 장면을 수색 당국에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양 사장은 “담당 직원이 단순 호기심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는데 보안 구역이라 촬영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영상이 없다고 답하면서 상황이 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가 재난방송주관사라는 인식이 철저했다면 더 잘 처신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윤리강령을 보완해 더 철저하게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이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의 징계 처분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2심에서 진미위 운영규정 권고 조항이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서 이의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진미위는 지난해 6월 과거 KBS에서 일어난 불공정 보도와 제작 자율성 침해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구로, 양 사장은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KBS 내부 징계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김종명 보도본부장. [사진 KBS]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김종명 보도본부장. [사진 KBS]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및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이 회동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만남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 보도본부장은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회적 영향력 있는 인사부터 시민단체 등 폭넓게 만나고 있다”며 “현재 정치ㆍ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취재 자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지난 8월 김의철 전 보도본부장이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사업복마전편을 둘러싸고 청와대 외압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양 사장은 “광고 시장의 급격한 감축으로 인해 올해도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지만, 내년엔 보다 안정적인 재원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정준영 몰카 파문 이후 간판 예능인 ‘1박2일’ 시즌3가 제작 중단에 들어가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오는 8일부터 시즌 4 방영을 앞두고 있고, ‘닥터 프리즈너’ ‘동백꽃 필 무렵’ 등 드라마가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양 사장은 “예능·드라마 부문에서 잇단 인력 유출로 침체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나 하반기 들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더욱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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