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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의 나라' 덴마크, "한국당구 인프라, 부럽고 미쳤다"

중앙일보

입력

덴마크 출신 디온 넬린은 자국에서 열린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홈팬들의 응원 속에 8강에 진출했다. [사진 코줌]

덴마크 출신 디온 넬린은 자국에서 열린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홈팬들의 응원 속에 8강에 진출했다. [사진 코줌]

핸드볼,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 칼스버그 맥주.

당구보다 핸드볼과 축구가 더 관심 #펍에서 맥주마시며 파이브핀 즐겨 #8강에 유럽 5명 진출, 스웨덴이 우승 #당구장 2만개 넘는 한국 놀라워해

북유럽 국가 덴마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특히 덴마크 빌런드시는 1930년대 장난감 레고(LEGO)가 탄생한 곳이다. 빌런드 공항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라네르스시는 ‘당구 도시’다.

라네르스는 인구 6만5000명으로 덴마크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데, 덴마크 3쿠션 선수 토니 칼슨과 토마스 안데르센이 이 곳 출신이다.

라네르스에서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세계최고권위 3쿠션 대회를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개최했다.

경기장 이름은 리히드후스트. 1856년 지어져 승마 훈련을 하던 곳이었지만 당구장으로 개조했다. 톨 스텐 다니엘슨 덴마크당구연맹 회장은 “대회가 없을 때는 콘서트장으로 쓰인다”며 “2002년 덴마크 당구의 영광을 재현하고 젊은층 관심을 끌기위해 다시 세계선수권을 개최했다”고 했다.

17년 전 디온 넬린(덴마크)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2003년 버스기사로 전업했다가 다시 큐를 잡은 넬린은  이번대회 32강에서 명승부 끝에 조재호(한국)를 꺾었다.

덴마크 펍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파이브핀을 즐기는 모습.

덴마크 펍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파이브핀을 즐기는 모습.

넬린은 “덴마크는 오래 전에 당구 TV중계를 해줬는데 20년 전부터 관심이 줄었다. 지금은 한국처럼 당구를 엄청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다. 축구와 핸드볼이 인기스포츠”라면서 “이번에 덴마크 국영방송사가 3쿠션 대회 전경기를 생중계했다. 라네르스가 당구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덴마크 TV에서는 여자핸드볼대표팀과 독일 분데스리가 소식이 주를 이뤘다. 그래도 덴마크 인구 600만명 중 30~40만명이 당구를 생활스포츠로 즐긴다. 당구클럽은 약 3500개다. 펍에 가면 덴마크인들은 맥주 칼스버그와 투버그를 마시며 당구를 치는데, 주로 3쿠션과는 방식이 조금 다른 파이브핀이다.

이번 대회 8강에 유럽선수 5명이 진출했고, 스웨덴 출신 토브욘 브롬달이 우승을 차지했다. 넬린은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은 3쿠션 역사가 길고 클럽리그가 활발하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이번대회에 6명이 출전했지만 모두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외 빡빡한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니엘스 덴마크 당구협회 회장. 라네르스=박린 기자

다니엘스 덴마크 당구협회 회장. 라네르스=박린 기자

그런데도 덴마크 3쿠션 관계자들은 한국당구 인프라를 부러워했다. 한국에서 TV 스포츠 채널을 돌리다보면 당구중계를 쉽게 볼 수 있다. 당구장이 2만2600개가 넘고, 동호인도 19만명에 이른다.

넬린은 “한국은 거리의 건물마다 당구장이 있다. 빈공간만 있으면 당구대를 놓고 당구장을 만들 것 같다. 미쳤다”며 “덴마크와 달리 김행직(27)과 조명우(21) 같은 재능이 뛰어난 어린선수들이 계속 등장한다”고 말했다.

라네르스(덴마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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