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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찰기 또 한반도 출동···이번에도 北보란듯 위치장치 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군의 특수 정찰기가 또 한반도 상공에 출동했다.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 [연합뉴스]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 [연합뉴스]

2일 해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소속 RC-135W 리벳 조인트 1대가 이날 오전 수도권 3만1000피트(약 9.4㎞) 상공에서 확인됐다. 이 군용기는 통신ㆍ신호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뒤 분석하는 정찰기다. 통신 감청이 전문이다.

전직 공군참모차장 "한반도 상황 엄중 의미"

2일 리벳 조인트는 최근 1주일 사이 5번째로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미군 특수 정찰기다. 지난달 30일엔 전략정찰기인 U-2 드래곤 레이디가, 같은 달 29일엔 E-8C조인트스타스와 EP-3E 오라이언이, 그 하루 전인 28일엔 RC-135V 리벳 조인트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면서 대북 정보를 수집했다. 오산기지에 배치한 U-2를 제외한 나머지 정찰기들은 모두 해외 미군기지에서 왔다.

미군의 특수 정찰기가 한반도에 총출동해 북한을 전방위로 감시하면서 대북 정보를 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놓고 미군 당국이 최근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말까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새로운 길’의 하나로 이르면 이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ㆍ미 군 당국의 분석이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지인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이미 이달 들어 차량 이동과 같은 움직임이 나타났다.

2018년 4월 12일 RC-135V/W 리벳조인트가 정찰 비행에 앞서 점검을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등 임무 지역이 넓다. [사진 미 공군]

2018년 4월 12일 RC-135V/W 리벳조인트가 정찰 비행에 앞서 점검을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등 임무 지역이 넓다. [사진 미 공군]

그렇다면 은밀히 움직여야 할 미군 정찰기가 어떻게 연일 한반도 상공을 찾는 게 확인되고 있을까. 미군이 일부러 정찰기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항공기에는 ADS-B라는 위치발신장치가 달려 있다. 하늘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 다른 항공기와의 충돌을 막고, 항공 당국의 관제를 돕기 위한 목적이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그러나 군용기는 작전 수행 중엔 노출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위치발신장치를 끈다”며 “위치발신장치를 일부러 켰다는 것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정찰기 투입을 대놓고 공개해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 공군은 2017년 10월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을 동원해 북한의 지도부를 폭격하는 훈련을 벌였다. 당시 “DPRK(북한) 지도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지휘소”라는 B-2 조종사의 교신 내용을 민간인이 녹음한 뒤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놓고 미 공군이 의도적으로 암호화하지 않은 무선통신을 사용해 교신 내용을 일부러 노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심리적 압박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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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전 차장은 “미국의 의도가 어떠하건 미군 정찰기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자체가 한반도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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