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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염 정화 시한 1년 남았는데···석포제련소, 1.9%만 처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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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이 크게 훼손돼 있다.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이 크게 훼손돼 있다.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주)영풍의 석포제련소가 지난 1년 동안 정화 명령을 받은 오염 토양의 1.9%만 처리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25t 트럭 2만550대 분량 정화해야 #기한 2년인데 1년간 6509㎥만 정화 #정화 비용 1000억원 가까이 들 듯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안동댐을 오염시키고, 대기오염으로 주변 산림을 훼손하고,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석포제련소 인근 산지. [중앙포토]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석포제련소 인근 산지. [중앙포토]

2일 봉화군과 석포제련소 등에 따르면 봉화군과 강원도 태백시는 지난해 12월 4일 석포제련소에 총 34만3199㎥의 토양을 2020년 11월 30일까지 정화할 것을 명령했다.

석포면 석포리와 승부리 등지 44만8030㎥이 납·카드뮴·비소·아연·구리 등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했으나, 이 중 34만3199㎥에 대해 제련소가 정화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5t 트럭의 실재 토사 적재량이 16.7㎥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25t 트럭 2만550대 분량이다.

석포제련소에 대한 오염 정화 명령은 지난 2016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 실태조사에 따른 것이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나머지 10만4831㎥의 경우 자연적인 오염 탓으로 판단했다.

토양 34만3199㎥이 정화 대상

석포초등학교. 학교 뒤편으로 (주)영풍 석포제련소가 보인다. [중앙포토]

석포초등학교. 학교 뒤편으로 (주)영풍 석포제련소가 보인다. [중앙포토]

하지만 석포제련소 측은 2년의 정화 기간에 절반이 지나는 동안 정화 명령이 내려진 토양의 1.9%에 해당하는 6509㎥에 대해 정화작업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이후 석포 초등학교 토양 932㎥와 석포중학교 토양 5577㎥만 정화한 것이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석포 초·중학교는 제련소 직원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는 점을 고려해서 우선하여 정화했다"며 "다른 지역은 필지 수(봉화군 271개 필지, 태백시 5개 필지)가 많아 토지 소유주와 협의해야 하는 등 정화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 측은 "정화 명령 기간은 2년이지만,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정화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며 "(아직 최대 3년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서두르면 충분히 정화처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석포제련소 측은 6509㎥를 정화하는 데 약 2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용이라면 전체 오염토양을 정화하는 데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화업체와 검증업체가 '이웃'

석포제련소. [중앙포토]

석포제련소. [중앙포토]

이와 관련 석포제련소 측은 지난 7월 봉화군에 제출한 '오염 토양 반출 정화 계획서'와 지난달에 제출한 '토양오염 정화 명령 이행보고서'에서 정화 처리업체 두 곳을, 이를 검증할 정화검증기관을 한 곳을 제시했다.

정화업체는 오염 토양을 충북 충주시와 경북 영주시로 옮긴 뒤 토양 속 중금속을 세척해낸 뒤 오염수를 정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정화검증기관은 정화 처리한 토양이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정화한 토양은 도로기반재 등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정화처리업체 한 곳과 검증업체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같은 모 테크노파크 단지에 함께 입주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화처리업체와 검증업체는 토양정화를 의뢰하는 석포제련소가 지정했다.

검증업체 측은 "정화처리업체와 검증업체가 같은 단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우연의 일치일 뿐 정화업체의 정화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검증업체가 개별 사안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으며, 검증업체에 대해 정기적으로 지도·감독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업정지 처분 망설이는 경북도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4개월 행정처분을 위한 경북도 청문이 열린 지난해 9월 17일 석포면 현안 대책위원회가 도청 솟을삼문 앞에서 조업 정지 처분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위). 대책위는 조업 정지가 되면 폐업과 다름없는 상황에 부닥쳐 생존권을 위협받고 지역에도 극심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같은 날 환경단체는 도청 동문 앞에서 조업 정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아래). 환경단체는 조속한 조업 정지 결정과 제련소 폐쇄를 주장한다. [연합뉴스]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4개월 행정처분을 위한 경북도 청문이 열린 지난해 9월 17일 석포면 현안 대책위원회가 도청 솟을삼문 앞에서 조업 정지 처분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위). 대책위는 조업 정지가 되면 폐업과 다름없는 상황에 부닥쳐 생존권을 위협받고 지역에도 극심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같은 날 환경단체는 도청 동문 앞에서 조업 정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아래). 환경단체는 조속한 조업 정지 결정과 제련소 폐쇄를 주장한다. [연합뉴스]

한편,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2월 폐수 유출 등 환경 위반으로 경북도에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업정지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12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41ppm으로 기준치(20ppm 이하)의 두 배인 폐수를 방류했다가 적발돼 과태료 처분과 시설 개선 명령을 받았다. 또, 지난 3월에도 석포제련소 폐수처리장 방류수에서 불소가 배출허용기준(3ppm)의 두 배에 해당하는 6.32ppm이 검출돼 경북도가 개선 명령을 내렸다.

경북도는 물환경법을 위반한 석포제련소에 대해 지난 5월 조업 정지 4개월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경북도는 조업정지와 관련 환경부에 적정성 등에 대한 유권해석까지 받았으나, 최근 법제처에 같은 내용으로 법령 해석을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원회' 등 환경단체들은 경북도청 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북도가 영풍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행정처분을 지연하고 있다"며 규정에 따른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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