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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장병 돕는 육군 '몸짱' 달력, 하루 만에 판매 중단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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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육군 몸짱 달력 홍보 사진. [인터넷 캡처]

2020년 육군 몸짱 달력 홍보 사진. [인터넷 캡처]

소방관과 경찰에 이어 군인들이 다른 장병들을 돕고자 처음으로 ‘몸짱’ 기부 달력을 제작했으나 판매 시작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군 당국에서 판매를 금지했다. 복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후 육군은 달력의 제작 취지 등을 고려해 일부 사진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다시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2일 육군 등에 따르면 군 복무 당시 작전이나 임무 수행 중 사망·순직·부상을 당한 장병들의 치료비나 유족 지원금 마련을 위해 현역 군인 13명이 지난달 20일 달력 판매를 시작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달력이다. 이들은 사진 촬영부터 제작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모여 다른 장병들을 돕기 위해 기부 달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소방관들과 일부 경찰관들도 비슷한 취지로 이런 달력을 만들고 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사랑의 열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육군본부 보훈지원과에서 운영하는 위국헌신 전우 사랑 기금을 통해 희생 장병들에게 기부될 예정이었다.

구독자 124만 명에 이르는 한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달 20일 달력 홍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취지가 정말 좋다”면서다. 이 영상은 2일 오전 조회 수 17만 회에 이른다. 이날 기준 700여개 정도 달린 댓글에는 “취지가 좋다”, “구매 완료” 등과 같은 네티즌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오후 7시 달력 판매를 시작한 뒤 하루도 안 된 21일 정오께 육군본부의 요청으로 판매는 중단됐다. 유튜브 홍보 영상에 따르면 달력은 온라인을 통해 3000부 한정판매될 계획이었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충남 계룡시에 있는 육군본부와 협약을 맺고 ‘위국헌신 전우 사랑’ 기금을 조성해 모인 총 20억원을 장병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달력을 제작한 장병 13명은 이런 기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기 위해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육군본부에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홍보를 준비해달라고 했다가 판매를 중단해 당황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몰라도 잘 풀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판매업체 측에 따르면 달력 판매 시작 12시간 만에 주문 300여건이 들어왔다. 해외에서도 구매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내부에서 복장 관련 지적이 많이 나와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일부 사진을 수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해 오는 9일부터 온라인으로 판매되며 수익금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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