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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고, 내년 신입생 의대 지원하면 1500만원 환수

중앙일보

입력

서울과고는 내년도 신입생부터 의대 지원시 장학금과 교육비를 환수하기로 정했다. 사진은 SK텔레콤이 지난 9월 18일 서울과학고에서 개최한 ‘제4회 YT 클래스(Youth Technology Class)' 모습. [뉴스1]

서울과고는 내년도 신입생부터 의대 지원시 장학금과 교육비를 환수하기로 정했다. 사진은 SK텔레콤이 지난 9월 18일 서울과학고에서 개최한 ‘제4회 YT 클래스(Youth Technology Class)' 모습. [뉴스1]

서울과학고가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지원하기만 해도 장학금‧교육비를 환수하고, 교내수상 실적을 취소하기로 했다. 또 지역별로 한명씩이었던 우선선발 인원을 내년도 입시부터 2명으로 늘려 지역균형선발을 확대한다. 최근 영재학교의 지역 편중과 사교육 과열 문제, 의대 진학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학교가 자체 개선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울과학고는 ‘2021학년도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1일 발표했다. 재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고, 입학전형 과정에서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개선안에 따르면 서울과학고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의대에 지원만 해도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의대 진학 여부와 관계없이 원서만 제출해도 장학금‧교육비를 환수하고, 교내수상 실적을 취소할 방침이다.

서울과학고에서는 당초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돌려 받았다. 입학 전 ‘의학계열 진학이 확정되면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학교 발전기금(교내 장학금)으로 기부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하지만 의대 지원 시점에 입학금‧교육비를 회수하기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학고의 1인당 교육비는 연간 500만원 정도로 재학생이 의대에 지원하려면 적어도 1500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학년 진로상담을 통해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일반고 전학을 권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료: 서울과학고

자료: 서울과학고

이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영재학교·과학고의 의대 진학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서울과학고는 그중에서도 의대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했다. 최근 4년간(2016~2019년) 영재학교 졸업생 가운데 의학계열 진학률은 평균 8.2%였는데, 서울과학고는 3배에 가까운 22.8%가 의대에 진학했다.

입시 제도도 개선한다. 내년에 실시하는 입학전형부터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확대‧운영한다. 원래 16개 시도와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1명 이내로 우선선발이 가능했는데, 이 인원을 2명으로 늘렸다, 과학적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 지역 인재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 불거진 영재학교의 지역편중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올해 영재학교 신입생 834명 중 서울(38.2%)과 경기도(31.9%) 출신이 가장 많았고, 서울 출신 319명 중 약 70%가 강남‧양천 등 ‘교육특구’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올해 신입생의 48.4%가 강남 대치동에 있는 특정 학원을 다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평가 내용과 방법도 개선한다. 올해부터 평가 문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 지원 학생들의 편의를 돕는다. 그동안은 시험문제가 일부만 공개돼 학생들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관련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취지에 부합하고, 지역 편중과 사교육 과열 등이 완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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