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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치맥·삼소'도 옛말···요즘 회사, 백화점서 송년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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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사진 현대백화점]

개인 시간 침범을 금기시하는 조직 문화가 확산하면서 퇴근 뒤 동료와 ‘치맥(치킨에 맥주)] 혹은 ’삼소(삼겹살에 소주)‘를 하는 빈도도 확연히 줄었다. 음주에 초점을 맞춘 ‘부어라 마셔라’ 회식이 줄면서 연말 모임의 의외의 인기 장소로 백화점 식당가가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2월 한 달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 식당가에 입점한 122개 레스토랑의 예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예약 건수가 21.9% 증가했다고 1일 발표했다.

특히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과 저녁(오후 5시~7시) 예약 건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30.1%, 13.7% 늘었다. 요일별로는 평일(36.1%)이 주말(7.7%)보다 증가 폭이 컸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판교점과 무역센터점의 식당가 예약 건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68.7%, 51.5% 늘어나며 전국 15개 점포 예약 건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판교점의 경우 8인 이상 단체 예약이 89.1%나 늘었다. 점심 회식과 술 없는 저녁 회식이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회식하면 가장 직급이 낮은 팀원 혹은 누군가가 수저를 세팅하거나 고기를 구워야 하는 등의 스트레스가 적다.

현대백화점 식당가의 ‘기업용 현대백화점카드’ 매출 신장률(지난해 동기 대비)도 올 1분기 6.3%에서 2분기 9.6%, 3분기 11.3%를 기록하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송년회 문화가 바뀌고 있고 회식도 이색적인 공간에서 하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식당가 예약률 증가는 최근 ‘오픈 다이닝’ 콘셉트로 식당가를 리뉴얼한 것도 한 요인이다. 오픈 다이닝은 전통 식당가와는 다르게 경계벽을 과감히 없애고 별도 출입문도 두지 않는 형태의 열린 매장을 말한다.

식당가에 오픈다이닝을 적용한 현대백화점 미아점. 이런 형태의 식당가가 있는 지점은 예약 건수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사진 현대백화점]

식당가에 오픈다이닝을 적용한 현대백화점 미아점. 이런 형태의 식당가가 있는 지점은 예약 건수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천호·무역센터·킨텍스·미아점에 오픈다이닝을 적용했다. 이들 점포에선 12월 예약 건수는 35.1%로 다른 점포 식당가의 예약 건수(13.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식당가 어느 곳에서나 한강 조망이 가능한 천호점의 경우 예약 건수가 지난해 대비 4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의견이 반영돼 2차와 3차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늦게까지 음주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백화점에서 송년회를 하면 따로 (송년회에 필요한) 선물을 사러 갈 시간을 낼 필요가 없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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