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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일벗은 현대차 AI 비밀조직 "미래엔 차만 팔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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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정희 현대자동차그룹 에어랩 실장(상무)이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는 게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김정희 현대자동차그룹 에어랩 실장(상무)이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는 게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김정희(46)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상무는 현대차가 영입한 대표적 외부 인사다.

김정희 인공지능연구소 실장 #네이버서 영입, 차+AI 플랫폼 개발 #1년만에 ‘AI 셔틀버스’ 첫 작품 #“모빌리티 시대엔 서비스 팔아야 #현대차 갈 길 HW·SW 모두 강자”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LG전자기술원을 거쳐 네이버 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오랫동안 일해온 인공지능(AI)·머신러닝 전문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그에게 에어랩(AIR LAB) 실장을 맡겼다. 조직 이름은 ‘인공지능연구소(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의 머리글자를 땄다. 노골적으로 AI를 연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그로부터 1년. 대표적 외부 영입인사로 꼽히는 김 상무와 그가 이끄는 에어랩이 뭘 하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지난달 20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김 상무는 에어랩의 연구 분야와 성과, 목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현대차그룹에 온 뒤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만든 대표적인 미래 조직으로 꼽히지만 에어랩이 뭘 하는지 알려진 게 없다.
굳이 나서서 홍보하려 하지 않았고, 가장 좋은 홍보는 프로덕트(상품)로 하는 거라 생각했다. 우리 업무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한 축은 자동차 제조업 전반의 가치사슬에서 AI를 적용하는 것이다.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효율화하는 것인데 이미 몇몇 과제는 비용을 줄이거나 불량률을 낮추는 성과를 냈다. 두 번째는 차량 내(In Vehicle) 서비스다. 차량의 운영체제(OS)라기보다 미들웨어(다른 응용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이다. 이걸 카 에이전트(Car Agent)라고 부르는데, 아마존의 알렉사처럼 AI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한다.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적용된 현대차 차량. 운전 패턴을 학습해 앞차와의 거리나 속도를 운전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절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적용된 현대차 차량. 운전 패턴을 학습해 앞차와의 거리나 속도를 운전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절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성과는 없나.
마지막이 모빌리티 서비스다. AI 머신러닝 기법으로 다이내믹 라우터(실시간 최적경로 설정) 플랫폼을 개발했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어떻게 ‘탈 것’이 다녀야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이 복수의 목적지로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어떤 경로를 찾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AI가 학습을 통해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였다.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이동서비스’라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에어랩이 개발한 AI 다이내믹 라우터 플랫폼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특정 지역 내에서 중형버스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서비스다. 과기정통부 엠바고(보도유예) 사안이어서 김 상무와의 인터뷰 보도는 뒤로 미뤄졌다.

현대차가 KST모빌리티와 진행하는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이동서비스는 인공지능으로 다수 승객, 복수 목적지에 대해 최적경로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39;커뮤니티형 이동 서비스&#39;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지정   (서울=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27일 KST모빌리티가 협업하는 &#39;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39; 프로젝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에 지정됐다고 밝혔다. 2019.11.27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해외 완성차 업체는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데 현대차는 ‘본거지’인 한국에서 각종 규제 때문에 직접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우린 이 플랫폼을 일종의 B2B(기업간 사업) 서비스로 생각한다. 지금까진 현대차가 차를 만들어 팔았지만 모빌리티 시대에는 서비스를 팔아야 하고, 수석부회장께서 생각하는 방향도 그런 것이다. 아마존의 AWS(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처럼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면 운송사업자·상거래업자·광고업자 등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존 인터넷 업계에서 하는 사용자 기반의 서비스를 현대차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커뮤니티 이동 서비스인가.
예를 들어 여기(서울 양재동)에서 강남역을 간다고 치면 걸어서 지하철을 탈지, 마을버스를 타고 갈아탈지 애매하고 불편하다. 가상의 정류장을 실시간으로 지역 내에 배치하고 유저가 어디 있는지 찾아서 수요와 교통을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원거리 교통보다 오히려 이동의 불편을 느끼는 건 근거리다. 자동차 회사니까 차량 내 환경도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수요응답 기반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에 활용될 현대차의 중형 버스 쏠라티.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수요응답 기반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에 활용될 현대차의 중형 버스 쏠라티.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국내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 쏘카연합 등 경쟁이 어마어마하다. 글로벌 시장에선 더 심할 텐데. 
국내에선 현대기아차가 경쟁력이 있다.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여기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을 시장에 내놔 소비자 의견을 다시 취합하고 거기 적합한 차량을 만들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애플 스타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 되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본다. 모빌리티 업계가 하드웨어만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만 개발하지만 우리는 이상적인 선순환이 가능하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AI가 무단횡단이나 역주행 같은 인간의 돌발행동에 대처할 수 있나.
룰 베이스(알고리즘 입력)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처럼 학습하는 ‘일반 AI(General AI)’가 돼야 한다. 도메인 트랜스퍼 러닝(Domain Transfer Learning)이 요즘 AI의 트렌드인데, 분야별 전이학습(轉移學習)이 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 다친다는 정보를 AI에 입력하는 게 아니라 책이나 영화, 인터넷 사이트 등 다른 정보를 학습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게 트랜스퍼 러닝이다. 일반 지능이 되면 돌발행동에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정희 현대자동차그룹 에어랩 실장(상무)이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39;&#34;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는 게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연구의 목표&#34;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김정희 현대자동차그룹 에어랩 실장(상무)이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39;&#34;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는 게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연구의 목표&#34;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상용화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자율주행 역시 상품으로 보지 말고 서비스로 봐야 한다. 구글이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을 갖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개별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접근하면 가능하다. 어떤 패턴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개별 지식영역(domain knowledge)까지 인간처럼 통합 학습을 할 수 있게 되면 자율주행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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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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