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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반원 울산행 고래고기 때문” “고래가 대통령 친척이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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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199개 안건 필리버스터 신청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했다. 왼쪽은 박찬대 의원.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199개 안건 필리버스터 신청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했다. 왼쪽은 박찬대 의원. [뉴시스]

지난달 29일 오후 1시57분쯤 자유한국당이 제출한 두 상자 분량의 필리버스터 신청 서류가 국회 의사과에 도착했다. 한국당의 기습을 뒤늦게 눈치챈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해 국회 본회가 무산됐다. 이날 통과예정이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민식이법(어린이교통안전법) 등 비쟁점법안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청와대·한국당 김기현 첩보 공방 #여야 필리버스터 정국 대치 심화 #이인영 “민생법 볼모로 법질극” #나경원 “본회의 무산은 테러”

이틀 전 발생한 대충돌 이후 1일 3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은 잇따라 성토(이인영)·중재(오신환)·반박(나경원)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선점하기 위한 여론전이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인질극에 빗대 ‘법질극’이라고 표현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199개 민생 법안 전체를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은 것은 5월까지 국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기획”이라며 “199건 모두를 한국당 수중에 넣은 다음 여론을 살펴 가면서 법안을 하나씩 풀어 주겠다는 발상은  한 명씩 인질을 석방하는 영화 속 집단 인질극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오전만 해도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답변 과정에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지휘를 받는 감찰반원들이 울산을 방문한 경위에 대해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을 문제삼았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래가 어리둥절할 일”이라며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의 백원우 직할 별동대가 느닷없이 고래 때문에 울산 방문이라니, 고래가 대통령 친인척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다 오후 2시30분 나경원 원내대표가 맞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본회의를 무산시킨 민주당의 대응을 ‘폭거’이자 ‘정치적 테러’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소수 야당에 보장된 무제한 토론권(필리버스터)이라도 열어 달라고 한 것을 국회 봉쇄(본회의 무산)라는 말도 안 되는 수단으로 짓밟았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두 당을 모두 탓했다. 오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힘으로 제압하겠다며 국회 파행을 무릅쓰고 대결 정치를 선언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제1야당이 민생을 볼모로 삼아 극단적인 반대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것 또한 국민의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를 소집해 민식이법, 유치원 3법, 원내대표 간 처리에 합의한 데이터 3법과 국회법 등 민생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며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1주일간 마지막 끝장 협상을 통해 여야 간 합의점을 찾자”고 제안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은 애당초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 민식이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는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데이터 3법도 원포인트 국회를 열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치원 3법 처리는 받을 수 없다”고 잘랐다.

임장혁·이우림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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