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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 경남경찰도 사천·양산·창원 야당후보 수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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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등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상도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 김용남 전 의원, 나 원내대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정종섭 의원.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등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상도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 김용남 전 의원, 나 원내대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정종섭 의원. [뉴시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수사한 게 청와대 하명(下命)이었다는 의혹이 인 가운데 경남경찰청도 선거 직전 경남 기초단체장 후보 세 명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고 자유한국당이 1일 밝혔다.

나경원 “관권 선거 흔적” 의혹 제기 #3곳 중 2곳서 민주당 후보 승리 #“이용표 청장, 서울청장으로 영전” #여당 “개인 비위로 조사 받은 것”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정부가) 울산시장 선거에만 개입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더더욱 무서운 관권 선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흔적’은 경남경찰청의 사천·양산·창원 시장 한국당 후보 수사다. 당시 사천시장(송도근)·양산시장(나동연)은 현직이었고, 창원시장 후보였던 조진래 전 경남지사는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의 최측근이었다.

실제 지난해 6월 선거 전 경남 정계에선 ‘야당 후보 기획 수사설’이 파다했다. 무소속의 송도근 사천시장은 2017년 12월 지지자 1100여 명과 함께 한국당에 입당했는데, 이듬해 1월 9일 경찰은 수뢰 혐의 등으로 시장실·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선거 직전 송 시장의 구속영장도 신청했는데 기각당했다.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 김모씨는 선거가 끝난 지난해 9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해 3월 13일 경남경찰청은 3선을 노리던 당시 나동연 양산시장의 시장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다. 이 수사는 당시 지역 언론에서 ‘나동연 카드깡’으로 소개됐다. 정작 나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양산은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선거에선 김일권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김 시장은 18대 대선(2012년)에서 문재인 후보 양산캠프에 합류했고, 19대 대선(2017년)에선 문재인 캠프 경남선거대책본부 조직특보였다.

양 전 시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압수수색을 당하고 나서 경남경찰청 관계자에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선거 앞두고 이렇게 하는 건 누가 봐도 선거 개입이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경찰은 ‘민주당에서 너무나 강하게 수사 압박이 있었다. 집권당이 그러니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그 답변이 또렷이 기억난다”고 했다.

경남경찰청은 조진래 전 경남지사가 한국당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3월 30일 “조 후보자의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조 후보자는 경찰 수사를 받았고, 선거에선 노무현 정부 때 민원제도비서관을 지낸 허성무 현 시장이 당선됐다. 낙선한 조진래 전 경남지사는 올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당시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단장인 곽상도 의원은 “부임하자마자 다른 사건을 제쳐놓고 야당 시장 후보자를 압수수색한 건 여러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통상 청장 임기는 1년인데,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과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이 오면서 전임자들은 그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물러났다”고 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첫해(2017년) 각각 청장이 됐다. 지방선거 후 황 청장은 지난해 12월 대전경찰청장이 됐다. 이 청장은 올해 7월 서울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당시 낙선한 사람 중 비위 행위로 조사를 받은 사람들을 다 경찰 기획 수사로 엮으려는 것 같다”며 “별 거 아닌 것을 공작으로 만들려는 한국당의 정치공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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