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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10대는 충치 예방 40대는 잇몸 관리 60대는 꼭꼭 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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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연령별 건치 유지법

유치 썩으면 영구치도 손상 위험 #성가신 덧니는 중학생 전에 교정 #연 1회 스케일링으로 치석 제거

치아는 사람의 일생에 두 번 난다. 출생 후 유아기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유치(젖니)와 그 이후 평생 써야 하는 영구치다. 연령에 따라 치아의 발달 정도는 제각각이다. 첫니가 나기 시작한 때부터 틀니·임플란트를 고려하는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살펴야 할 부분 역시 다르다. 100세까지 튼튼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생애주기별로 살펴야 할 치아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모든 치아는 턱뼈에서 만들어져 일정한 시기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잇몸을 뚫고 나온다. 일반적으로 유치는 생후 6~8개월부터 나기 시작해 만 6세가 되면 하나둘씩 빠진다. 유치가 있던 자리는 28개의 영구치가 다시 채운다. 이렇게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뀐 치아는 더 이상 교체되지 않는다. 충치·잇몸 질환, 사고 등으로 치아가 표면이 깨지거나 빠져 일상이 불편해도 고쳐서 써야 한다.

게다가 한번 나빠진 치아·잇몸은 본래 상태로 회복이 어렵다. 서울아산병원 치과 보철과 백진 교수는 “타고난 자신의 치아·잇몸을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한 상태로 유지·관리하느냐가 구강 건강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젖병 물고 잠들지 않게

만 5세 이하 영유아기는 충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유치는 충치에 매우 취약하다. 영구치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치아의 바깥에 위치해 충치로부터 치아 내부를 보호하는 법랑질도 얇다. 구조적으로도 위아래 치아의 교합면이 깊게 파여 있다. 젖병을 물고 잠들거나 음식물을 오래 물고 있는 등 조금만 구강 위생 관리에 소홀하면 충치로 치아가 썩기 쉽다. 게다가 한번 충치가 생기면 금방 치아 안쪽의 신경까지 빠르게 번진다.

유치는 어차피 빠지니 적당히 관리해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최성철 교수는 “유치에 생긴 충치는 그 아래 위치한 영구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치는 뿌리 밑에 영구치의 싹을 보존하고 있다가 제자리로 올라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길을 유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치에 충치가 생기면 그 염증이 치아 뿌리를 따라 잇몸 속 영구치까지 파고든다. 영구치가 상한 채로 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자랄 수 있다. 충치로 이가 아파 음식 섭취가 줄면서 성장도 늦어진다.

따라서 첫 이가 났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구강 위생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끓는 물에 적신 가제 수건이나 구강 티슈로 치아를 포함해 잇몸·혀 등 입안 구석구석을 닦아내는 정도면 충분하다. 입속 세균의 총량을 줄여줘 충치가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어금니가 나고 먹는 음식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는 생후 18개월부터는 전용 칫솔·치약을 사용한다. 가제 수건 닦기도 병행한다. 영유아기는 손놀림이 서툴다. 아이 혼자 칫솔질을 마무리하기보다는 부모 등 보호자가 끼니 때마다 어금니·윗니 안쪽 부분까지 신경 써 닦아줘야 한다.

학교급식 후 이 닦도록

유치원·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학령기는 치아 변화가 활발한 시기다. 유치·영구치가 공존하는 혼합 치열 시기다. 충치로 유치가 예상보다 일찍 빠지거나 치아가 흔들린다고 무작정 발치하면 주변 치아가 밀고 들어와 치열이 흐트러져 덧니가 생긴다. 치아가 어떤 방향으로 빠졌는지, 사랑니는 있는지, 윗·아랫니 교합은 맞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만일 치아 사이가 너무 벌어졌거나 윗·아랫니 교합이 어긋났을 때 교정 치료를 고려한다. 영구치가 다 나온 12~13세 전후가 치아를 교정하기 좋은 시기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이현헌 교수는 “치아를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부터는 치과와 친해지는 것이 좋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처해 건강한 영구치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시기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심 양치질을 거르고, 탄산음료·인스턴트식품 섭취는 늘어 충치가 생기기 쉽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학교에서 양치질하는 중·고등학생은 33.3%에 불과하다. 치아 상태에 따라 불소를 도포하거나 충치가 생기기 쉬운 어금니의 홈을 메워주는 등 충치 예방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된다.

입안은 항상 촉촉하게

20세 이후부터는 충치보다는 잇몸병에 주의해야 한다. 영구치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입속 세균의 분포도가 바뀐다. 치아보다는 잇몸을 공격하는 입속 세균이 늘어난다. 사실 잇몸병은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질환 중 하나다.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20대부터 늘기 시작한다.

40대엔 증가 폭이 가파르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계 부위에 두껍게 쌓인 치석이 잇몸을 공격하면서 발병한다. 염증으로 잇몸이 부어오르면서 피가 나고 입 냄새가 심해진다. 더 진행하면 잇몸이 위축돼 치아가 빠지기도 한다.

20세 이상이라면 매년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해 칫솔질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치석을 떼어내는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잇몸을 공격하는 치석을 없애 잇몸 염증을 가라앉혀 준다. 보건복지부도 연 1회 치아 스케일링의 건강보험을 적용해 준다. 올해 스케일링을 받은 적이 없다면 연도가 바뀌기 전에 받는 게 좋다.

노년기에는 치아의 저작 기능 유지에 신경 쓴다. 부실한 치아·잇몸 관리는 나이가 들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기간 씹는 행위로 치아의 겉 부분이 심하게 닳아 깨지기 쉽다. 타액(침) 분비량이 줄어 입속 세균이 증식하면서 잇몸병이 악화해 치아가 빠진다.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만성적인 잇몸 염증은 노년기 치아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치아가 빠졌다면 틀니·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로 빈자리를 채우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를 발치한 상태로 오랫동안 지내면 전신 건강이 나빠진다. 씹는 저작 기능이 중단되면서 뇌 자극이 줄어 치매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틀니·임플란트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잇몸을 누르면서 자극하는 틀니나 잇몸뼈에 직접 결합한 임플란트 같은 인공치아를 사용하면 잇몸 염증이 생기기 쉽다. 결국 잇몸뼈가 심하게 위축돼 틀니·임플란트마저 쓰기 어려워진다. 백진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잇몸 관리를 잘해야 틀니·임플란트 등을 오래 사용해 저작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애주기별 치아 관리 요령

영유아기(생후 6개월~5세)

영아기 땐 가제 수건으로, 스스로 칫솔질을 할 수 있을 땐 전용 칫솔·치약을 사용한다. 아직 칫솔질이 서툴러 부모가 치아·잇몸·혓바닥 등 전체적으로 마무리해 준다.

학령기(6~19세)

유치는 구조적으로 충치에 약하다. 불소 도포, 치아 홈 메우기 등 충치 예방 치료를 받는다. 치아 배열이 삐뚤어져 있다면 교정 치료를 고려한다.

성인기(20~49세)

입속 세균의 분포가 변해 치아보다는 잇몸이 약해지기 쉽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면 잇몸에 염증이 진행 중이다. 잇몸병 예방을 위해 매년 스케일링을 받는다.

노년기(50세 이후)

치아가 빠지면 틀니·임플란트로 저작 기능을 유지한다. 타액(침) 분비량이 줄면서 입속 세균이 잘 증식한다. 입 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신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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