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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철 세달 남았는데? 귀향길 오르는 농민공

중앙일보

입력

중국 도시에서 농민공들의 귀향 물결이 시작됐다는 중국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때는 농민공이 귀향해 도시가 한산해지곤 한다. 통상 11~12월 농민공들은 춘절 귀향을 준비하기 위해 바짝 일감을 늘린다. 야근을 늘리고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귀향길에 오르는 농민공들은 일러야 1월 중순쯤 기차역으로 향한다.

줄어든 수입에 비해 도시 체류 비용 높아 #춘절까지 세달 버텨야 오히려 손해 인식 # #中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농민공 #성장속도 둔화되며 실업 등 직격탄 #

[사진 인민망]

[사진 인민망]

10여년 전 얘기다. 근래 들어 이런 추세가 달라졌다. 특히 올해는 춘절(春節·설)을 세 달 앞둔 시점부터 귀향 러시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동향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이른 귀향은 무슨 까닭일까. 중국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저임 노동력의 대명사, 농민공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농민공 관련 중국 당국의 통계를 보면 농민공 수는 약 3억명.

이 가운데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들이 기차역에서 만난 농민공들로부터 청취한 내용들을 함께 보자.

가성비 안맞는 도시 체류

농민공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건설 현장이다.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공사 현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농민공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식사와 교통,통신 그리고 숙박료 등 합하면 아무리 안쓰고 아껴도 2000위안(약 33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잘 벌어야 4000~5000위안 수입인데 고향에 송금할 돈을 감안하면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건설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용도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도 영향을 받아 동결 또는 소폭 인상에 그친다. 고향 근처의 지방 도시에서 일 할 때 임금보다 2000위안 정도 더 받을 수 있지만 지출이 커 크게 남는 것도 없다. 이럴바엔 한 두 달 도시에 남아 춘절 때까지 기다릴 만한 이유가 없어진다. 수입은 불투명하지만 지출은 뻔하기 때문에 계산이 뻔한 것이다. 일찌감치 짐을 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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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중국이 산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1선 도시에선 비숙련 일감은 많다.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돼 배달 수요가 높다. 하지만 전통적인 농민공들이 주로 일했던 힘이 들어가는 일터나 단순 생산 현장은 줄어들고 있다. 기술 하나 없으면 도시에서 버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 기준이 높아지고 오염 단속이 엄해지면서 난립하던 저급 공장들도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다. 농민공을 받아줄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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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키기엔 젊은 사람이 더 좋다”

농민공들을 쓰는 단순한 일자리라고 해도 젊을수록 환영받는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구인하는 쪽에선 20~30대 초반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수급 불균형이다. 90년대 이후 태어난 20대 농민공들은 더럽고 힘든 이른바 3D 일터를 기피한다. 사람 구하기가 별따기가 된 이유다. 창사에서 인력송출 사업을 하는 자오(趙)사장은 구인자측에서 연령별로 농민공을 보는 시각을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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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은 구하기 어렵고, 80년대생은 일하는 게 굼뜬 게 문제다. 70년대생은 시킬 일이 없다.”  

90년대생들이 전통적인 농민공들이 하던 일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가정을 이뤄야 할 나이에 가까워가고 있는데 농민공으로 날품 팔아봤자 돈이 안된다. 공장은 수입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에 비해 임금이 낮다. 이들이 공장 문턱을 쉽게 들락거리는 이유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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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 농민공들이 일찍 귀향길에 오른다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낙향하는 가능성이 크다. 숙련 기술이 있지 않은 이상 도시에선 이들을 찾는 일자리가 별로 없다. 노동력 빈곤에 시달리는 농촌으로 돌아가 다시 농삿일을 보는 게 가성비 나오는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민공들의 이른 귀향은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GDP성장률은 6%도 지키기 어려운 지경이다. 한 때 두 자리수 성장 속도를 이러갔던 중국 경제가 변곡점을 돌면서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농민공으로 대표되던, 저임금이 떠받치던 중국의 경제 모델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돼 가고 있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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