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터치 하루 2600번, 10대들 ‘방아쇠 증후군’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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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호 28면

생활 속 한방

올해도 수능이 끝나자 부모들은 어김없이 자녀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한다. 단연 수험생 사이에 인기를 끄는 제품은 최신 스마트폰이다. 전자제품 업계에 따르면 매년 수능 이후 2주간 IT기기의 매출은 수능 이전보다 15%가량 증가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은 손가락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미리 경계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 구부릴 때 “딸깍”하며 통증 #방치하면 자력으로 펼 수 없게 돼 #약침·침·뜸, 염증 줄이고 회복 도와 #손 스트레칭·온욕 등 예방에 효과

손가락은 신체 관절 가운데서도 섬세하고 연약한 부위다. 관절·근육·인대가 조그만 부위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복잡한 움직임을 무리하게 수행하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스마트폰 조작이 손가락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해외 리서치기관 ‘디스카우트(Dscout)’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인은 하루 평균 스마트폰 화면을 2600여회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사용자 10%의 평균 터치 횟수는 5400여회에 달한다. 1년에 스마트폰 위에서만 손가락을 100만~200만회가량 움직이는 셈이다.

손가락에 힘 잘 안 들어가면 초기 증상

손가락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방아쇠수지증후군’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딸깍’하는 소리가 나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대개 손가락에 반복적인 힘을 가하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 자극을 받은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주로 엄지·중지·약지에 생긴다. 손가락 사용이 많은 주부·운동선수·연주자 등의 직군에서 많이 나타나며 체내 염증이 일어나기 쉬운 비만·당뇨 환자나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임산부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방아쇠수지증후군을 구분 짓는 대표 증상은 손가락을 구부릴 때 나는 소리다. 초기에는 통증보다는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증상부터 생긴다. 염증이 악화할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픈 손가락을 손등 쪽으로 젖히면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증상이 심해지다가도 어느새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이 방치되면 손가락 통증이 극심해지고 퇴행성 염증 질환으로 발전해 손가락이 굳어 자력으로 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2010년 12만7000여명이었던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는 불과 8년 만인 지난해 21만5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20대 환자 수는 34%나 늘었는데 이는 관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연령층의 환자 증가율(32%)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이 증상 발현까지 오랜 기간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의 증가는 10대 청소년기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인으로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스마트폰 사용이 지목된다. 특히 수험생을 비롯한 10대의 스마트폰 사용은 게임과 관련이 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10대가 81.7%로 제일 높았다. 1회 기준 게임 이용시간도 주중 65.7분, 주말 94분으로 가장 많다.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즐기는 시간이 길수록 손가락 사용 횟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고 손가락과 손목을 자주 풀어주는 등 긴장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상 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자기 전 따뜻한 물을 준비해 손목까지 잠기게 한 뒤 10분가량 온욕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는 손과 손가락의 근육과 인대·힘줄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방아쇠수지증후군 치료를 위해 약침·침·뜸 등의 치료를 한다. 특히 약침 치료가 주를 이루는데, 순수 한약재를 정제해 환부에 주입하는 약침은 염증을 완화하는 데 뛰어나고 손상된 인대와 관절의 회복을 도와 치료 효과가 크다. 침과 뜸 치료를 병행하면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함으로써 빠른 회복을 돕는다.

한방치료는 실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통증이 팔꿈치까지 전달될 정도의 중증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가 자생한방병원에 내원한 적이 있는데, 그는 3주간 신바로약침, 일반침을 이용한 한방치료를 받은 이후 증세가 크게 호전됐다.

대표적인 통증 수치 평가척도(NRS)로 환자의 상태를 측정한 결과 치료 당시 9(매우 심한 통증)였던 손가락 통증이 3주 후 1(미미한 통증)로 줄었다. 또한 같은 기간 방아쇠 현상 정도도 3등급(다른 손을 이용해 손가락 잠김 현상을 수동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상태)에서 1등급(움직임이 고르지 않고 방아쇠 소리는 나지 않는 상태)으로 호전됐다. 해당 치료 사례를 담은 논문은 2016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실렸다.

10대 때 손가락 혹사, 20대 환자 급증

해당 치료에 사용된 신바로약침의 항염증 효과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2016년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천연물연구소 연구팀이 쥐에게 인위적으로 관절염을 유발한 뒤 신바로약침을 투여한 쥐 그룹과 그렇지 않은 쥐 그룹을 3주간 비교했다. 그 결과 신바로약침 치료를 받은 쥐의 경우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2(PGE2)’와 ‘항콜라겐II 항체’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바로약침 투여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체내 PGE2의 생성이 60.59%나 억제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미국 보완대체의학 분야 SCI(E)급 국제 학술저널 ‘차이니즈 메디신’에 게재됐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을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 올바르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10~20대 시절 발생한 질환은 생활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면 치료를 받아도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크다. 질환이 만성화돼 관절이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곧 20대 청춘을 맞는 이들이 최신 스마트폰보다 그것을 쥐고 있는 섬섬옥수를 오래도록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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