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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식이를 볼모로 쓰나"···나경원 패트 협상에 오열한 엄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쿨존에서 과속차량 사고로 숨진 민식 어린이의 부모가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쿨존에서 과속차량 사고로 숨진 민식 어린이의 부모가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날 처리될 예정이었던 일명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치다운 정치해달라” 

고은미씨. [YTN 캡처]

고은미씨. [YTN 캡처]

우선 ‘해인이법’(어린이안전기본법 제정안) 관련 고(故) 이해인양 어머니 고은미씨는 “무릎까지 꿇으면서 힘들게 온 자리다. 본인들 손주·손녀라도 이렇게 했을지 묻고 싶다. 지금 이런 현실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지키는 일 하나 못하면서 무슨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아이들 가지고 협상하려고 하지 말고 똑바로 정치다운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 

고유미씨. [YTN 캡처]

고유미씨. [YTN 캡처]

‘하준이법’(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고(故) 최하준군 어머니 고유미씨는 “세상에 돈과 자식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부모는 없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의한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오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사실을 말해줬다. 우리 아이들의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건 국회의원이 해야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들을 세금으로 밥 먹이고 차 태워가면서 이 국회에 보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정말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 하고 있는지 얼굴을 한번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쓰지 말라”

박초희씨. [YTN 캡처]

박초희씨. [YTN 캡처]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관련 고(故)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대해 몰라서 이런 대접을 받는 건 아닌지 이렇게 양쪽에서 이용되다가 버려지는 건 아닌지 왜 떠나간 우리 아이들이 그 협상 카드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신들이 먼저 이런 법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나갔다면 우리 아이들 이름에 법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라고 낳아준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중간중간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기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기로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다음 달 3일 이후 본회의 상정에 대비해 본격적인 저지에 나선 것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정의당·대안신당 등이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 불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 의결에 필요한 의원이 참석하지 않으면 본회의 개의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이날 본회의 개최는 사실상 무산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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