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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현 靑첩보 첫 확인 뒤, 검찰은 특검까지 생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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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왼쪽)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왼쪽)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자유한국당) 수사가 청와대 하달 첩보로 시작된 사실을 올해 5~7월경 확인한 뒤 "특검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檢내부 지난 5~7월 김기현 靑첩보 하달 확인 #조국 장관설에 "수사하다 특검 가아할 사안" #황운하 "檢, 정말 황당한 의혹 제기 많다"

靑첩보 확인 뒤 "특검 갈 수도" 

해당 첩보의 경찰 이첩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청와대와 경찰의 해명과 달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규명이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 봤던 것이다.

검찰은 해당 수사를 개시한 후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특검이 아니라면 현 정부에선 수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부적으로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울산지검 공공수사부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수사에서 울산경찰청 관계자들의 출석 거부와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울산지검은 결국 압수수색이 아닌 질의와 공문 요청 형식을 통해 김 전 시장의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전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9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9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10월 조 전 장관이 비리 의혹으로 사퇴하고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수사가 본격화된 뒤에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하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재배당한 상태다.

검찰, 왜 수사했나

검찰이 이번 수사를 개시한 단초는 김 전 시장 수사의 발단이 된 첩보보고서 내용 때문이었다.

해당 첩보에는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모씨에 대한 토착 비리 의혹이 아주 정밀하고 자세히 적혀있었다고 한다. 또한 익명 제보자의 입을 빌려 박 전 시장에 대한 기존 울산경찰청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설업자 A씨의 고발로 김 전 시장의 주변 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경찰청에서 울산경찰청으로 이첩된 첩보가 일반 민원인이 쓰기엔 너무나 자세했던 점,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해당 첩보를 토대로 김 전 시장 주변을 수사하며 1기 수사팀을 교체한 것도 검찰의 의심을 샀다. 당시 황 청장이 새로 수사팀에 영입한 경찰관 B씨는 건설업자 A씨에게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울산지검의 수사를 받고 구속된 상태다.

당시 초기 수사를 맡았던 울산지검 관계자들은 "(첩보를 전달했다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첩보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실제 원본을 본다면 검찰이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말했다.

청와대는 익명의 제보자가 민정수석실에 보낸 첩보였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첩보의 생산 주체가 누구이며, 어떤 경로로 청와대에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2014년 당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울산 남구 삼산동 디자인거리에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송철호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시장)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던 모습. [연합뉴스]

2014년 당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울산 남구 삼산동 디자인거리에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송철호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시장)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던 모습. [연합뉴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첩보 원본은 김 전 시장 수사기록에 첨부돼 검찰에 송치됐다"며 "경찰은 원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靑 첩보의 특이점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해당 첩보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고, 청와대 특별감찰반 파견경찰을 거쳐 경찰청 특수과장에게 2017년 10월경 전달됐다.

박 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방 선거를 전후해 현직 선출직 공직자 관련 첩보가 이렇게 전달된 것은 김 전 시장이 유일하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박 비서관은 현재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해당 첩보를 접수받은 경찰청은 첩보의 내용을 볼 때 본청 수사 사안이 아니라 판단해 한달이 조금 지난 2017년 12월 29일 해당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 황 청장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개시한 것은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2018년 3월 16일이었다.

2017년 11월 박형철 대통령 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박형철 대통령 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신청(검찰 기각) 등이 언론에 알려졌고 김 전 시장은 선거에서 낙선했다. 검찰은 해당 첩보가 이례적인 경로로 전달된 점,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점, 황 청장이 검찰의 보완지시에도 수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인 점, 당시 김 전 시장의 경쟁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현재로선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검찰은 처음 첩보를 전달한 백원우 전 비서관이 2명의 특감반원을 자신의 밑에 두고 "별동대처럼 운영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의 원천이 익명의 제보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 "檢 무리한 수사"

하지만 청와대와 경찰은 이번 검찰 수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의혹을 부풀려 과도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과 백 비서관 등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은 "첩보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경찰에 이첩됐고 해당 비위를 눈감는 것이 직무유기였다"고 반박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왼쪽)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경찰 간부에게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왼쪽)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경찰 간부에게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복수의 경찰청 관계자들도 "검찰의 의심대로 청와대의 비밀 하명수사였다면 공문을 정식으로 울산경찰청에 하달하지도, 검찰의 공문 요청에 응하거나 수사기록에 첨부하지도 않았을 것 아니냐"며 "검찰이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과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선 12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를 앞두고 검찰이 또 경찰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운하 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첩보가 하달된 지 전혀 알지 못했고 비위 의혹이 발견돼 수사를 개시한 것일 뿐"이라 말했다. 황 청장은 수사팀을 교체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1기 수사팀의 허위 보고가 있었고 새 수사팀은 오로지 수사능력을 기준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구속된 B 경찰관에 대해선 "다소 당황스럽지만 실제 그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문제"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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