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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뺨 때린 상드, 장모 밀친 사위…쇼팽은 몰랐던 막장극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동섭의 쇼팽의 낭만시대(52)

조르주 상드. Nadar의 사진. 1860년.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조르주 상드. Nadar의 사진. 1860년.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유일한 친딸 솔랑주의 혼사를 서둘러 치른 상드는 양녀 오귀스틴도 결혼시켜 내보냄으로써 자신의 숙제를 덜려 했다. 클레징제는 화가 테오도르 루소를 추천했다. 루소는 상드의 파리 아파트로 초대된 적이 있어서, 상드도 오귀스틴도 그를 알고 있었다.

상드는 유망한, 조각가와 화가를 동시에 사위로 맞는 좋은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솔랑주의 결혼 며칠 후 테오도르 루소가 노앙을 찾았다. 그의 노앙 방문은 상드의 계획을 완성시킬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도 쇼팽이 배제된 가운데, 오귀스틴과 루소의 약혼이 이루어졌고, 결혼식도 준비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있을 예정이었다.

모든 것이 상드의 기대대로 흘러갈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일이 꼬였다. 루소에게 이상한 편지가 온 것이었다. 발신자 미상의 편지에는 오귀스틴에 대한 제보가 담겨있었다. 입양전의 불건전한 생활과 모리스와의 수상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루소는 충격에 빠졌다. 루소는 오귀스틴에 대한 순결 보증과 신부의 지참금에 대한 확약을 상드에게 요구했다.

루소의 요구는 거절당했고 약혼은 취소되었다. 상드는 누가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직감했다. 상드가 보기에 솔랑주는 오귀스틴의 행복에 대해 질투하고 있었고, 친딸인 자신을 두고 엉뚱한 곳에 모정을 쏟는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다. 상드는 자기 믿음을 바탕으로, 딸이 고약하고 터무니 없는 중상모략을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새신랑 클레징제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빚은 숨기고, 신부와 함께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과시하려 했다. 좋은 아파트에 입주해서 비싼 가구로 집안을 꾸몄다. 클레징제는 말과 마차를 구입했고, 마부를 채용했다. 솔랑주도 좋은 옷을 샀다. 그들은 좋은 마차를 타고 파리시내를 누비며 자신들을 과시하기에 바빴다.

상드는 그들의 무절제한 생활을 알고 있었고, 절제를 권고했다. 클레징제는 권고를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신부가 가져온 지참금은 금방 바닥났다. 클레징제의 빚도 드러났다. 그는 빚 독촉에 시달렸고 돈이 필요했다. 신혼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천사’라고 상드를 칭송하는 편지를 노앙에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솔랑주 뒤드방. 조르주 상드의 딸. 폴란드 국립 쇼팽 협회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솔랑주 뒤드방. 조르주 상드의 딸. 폴란드 국립 쇼팽 협회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상드가 돈이 없다고 하자, 그들은 노앙의 저택을 저당 잡혀서라도 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빚이 없다는 얘기, 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 일거리가 많아서 들어오는 주문은 거절하고 있다는 얘기 등, 클레징제가 결혼 전에 했던 이야기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상드는 저당 운운하는 요구를 거절하며 사위를 꾸짖는 답장을 보냈다.

지출을 줄이는 절도 있는 생활을 할 것이며 일거리도 열심히 찾으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술을 줄이고, 공갈과 폭력적 행동도 삼가라고 했다. 그러자 사위는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마치 맡겨둔 사람처럼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결혼을 취소해 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상드는 딸과 사위를 노앙으로 불렀다. 시골에서 오솔길을 산책하고, 집안 일을 돌보며 소박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기를 기대했다. 클레징제의 마음이 가라앉으면 잘 타일러서 정신 차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은 잘 굴러가지 않았다. 신혼부부는 손에 한 푼도 쥐고 있지 않았고 2만4000프랑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그들은 예민했고 조급했다.

7월 초 신혼부부가 노앙에 왔다. 클레징제는 솔랑주를 부추겼고 단단히 일전을 벼르고 있었다. 쟁점은 역시 돈이었다. 상드는, 친 딸 솔랑주에게 15만 프랑의 지참금과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진 파리의 건물을 주어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게 했다. 그것을 다 주었다면 큰 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벌써 현금을 다 탕진한 것 같았다. (당시의 1프랑은 현재가치로 약 1~2만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수양딸 오귀스틴의 미래 남편에게는 10만 프랑의 현금을 지참금으로 쥐어 주려 했다는 말이 신혼 부부의 귀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클레징제가 요청했던 빚 갚을 돈이 있다는 말 아닌가? 돈이 없다는 상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노앙이 시끄러운 잡음으로 소란해졌다. 여러 손님이 집안에 같이 있었지만 싸움과 신경전이 연일 이어졌다.

뱀에 물린 여인. 클레징제의 조각 작품. 유명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작품은 처음부터 큰 논란거리였다. 1847.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뱀에 물린 여인. 클레징제의 조각 작품. 유명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작품은 처음부터 큰 논란거리였다. 1847.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저택의 모든 사람에게 클레징제 부부는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신혼부부를 피해 다녔다. 하루는 오귀스틴이 치는 피아노가 시끄럽다며 솔랑주 부부는 오귀스틴, 그리고 같이 있던 모리스의 친구 랑베르와 한바탕 입씨름을 했다.

그날 저녁 상드는 딸 부부를 꾸짖었고 둘이 되받아쳐서 언성이 높아졌다. 상드는 사위에게 “자네들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가급적 빨리 떠나는 게 서로 좋을 걸세’하고 소리쳤다. 다음날, 떠나려는 클레징제 부부는 짐을 꾸린다고 소란을 떨었다. 얻을 것을 얻어내지 못한 부부는 집에서 돈이 되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촛대, 은 장식물, 자기, 구리 사슴상까지 가방에 넣었다. 부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상드가 그들이 묵었던 방에 들어가보니 방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집에는 상드, 모리스, 오귀스틴, 클레징제 부부 외에 상드의 동료 빅토르 보리, 모리스의 친구 랑베르, 하인들이 있었고, 소문을 듣고 혹시 큰일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한 신부님도 와 있었다. 클레징제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짐 상자를 두드리고 있는데 부엌에 갔던 솔랑주가 돌아와서는 클레징제를 자극했다. 랑베르가 자기를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무례함을 탓했다.

그러잖아도 전날 피아노 사건으로 앙금이 남아 있던 클레징제는 랑베르에게 달려갔다. 부엌에서 큰 소리가 오가다가 클레징제의 주먹이 랑베르에게 날아갔다. 랑베르는 그 주먹을 피하면서 상대의 배를 걷어찼다. 모리스가 뛰어들었다. 그는 씩씩거리는 클레징제를 잡고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클레징제를 자극했다. 그는 망치를 잡고서 휘둘렀다. 망치는 모리스의 머리를 아슬아슬 비켜갔다. 애지중지하던 아들의 위험에 상드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상드는 클레징제에게 달려들어 따귀를 때리며 망치를 빼앗았다. 상드가 멀리 치우라는 뜻으로 망치를 모리스에게 주려 하자 클레징제가 발끈했다.

그는 ‘둘 다 끝장을 내겠다’고 소리치며 장모의 손에서 망치를 다시 빼앗았다. 상드는 클레징제의 머리카락을 잡았고 그 사이 모리스가 달려들어 클레징제의 팔을 비틀어 망치를 손에 넣으려 했다. 하지만 힘이 더 센 클레징제가 망치를 장악했고 그 망치를 모리스에게 날리려던 순간 상드가 다시 한번 클레징제의 따귀를 때렸다. 흥분한 클레징제는 장모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고 상드는 나가 떨어졌다.

모리스는 재빨리 자기 작업실로 뛰어가서는 장전된 총을 가져왔다. 와보니 이미 해군 출신의 용감한 하인이 클레징제에게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망치를 빼앗고, 신부님과 힘을 합쳐 소리치는 그를 벽에 밀어붙여 둔 상태였다. 보리는 총을 쏘겠다는 모리스를 진정시키고 총을 치웠다.

노앙 저택 부엌의 오늘날의 모습. [사진 송동섭]

노앙 저택 부엌의 오늘날의 모습. [사진 송동섭]

엄마가 쓰러지는 것을 본 솔랑주는 남편에게 달려가서는 그에게 매달려 눈물을 흘렸다. “여보, 당신이 엄마를 때렸어요. 당신이 잘못한 거예요.” 사건의 동인은 클레징제에게 있어서는 돈이었지만 솔랑주에게는 오귀스틴에 대한 질투였다. 엄마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딸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신혼부부가 노앙의 집을 떠날 때 노앙의 식구는 아무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상드는 “망할 신혼부부”라고 하며 딸과 절연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들을 집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했다. 모리스에 대해서는 집안의 가장역할을 했다고 흡족해했다.

노앙저택을 나온 솔랑주 부부는 근처 여관에 들어갔다. 솔랑주는 아이를 가졌었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흔들리는 일반 역마차로 파리까지 여행한다는 것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쇼팽이 구입해 둔 좋은 마차가 노앙저택에 있었다. 상드는 그 마차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솔랑주는 급전을 쇼팽에게 보내서 도움을 구했다.

파리에 있던 쇼팽은 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솔랑주의 편지를 받았을 때 평상적인 엄마와 딸의 다툼으로만 생각한 그는 솔랑주의 건강을 걱정하는 답장을 했고, 동시에 상드에게도 편지를 해서 마차의 사용을 허락하게 했다. 그런데 이것은 상드로 하여금 쇼팽이 자신을 등지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솔랑주 부부의 편에 섰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쇼팽의 편지를 구겨버리는 상드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것은 막장 드라마의 피날레에 펼쳐질, 상드의 쇼팽에 대한 결별선언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쇼팽의 연습곡 작품번호 25-11은 겨울바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몰아치는 바람을 연상시키는 피아노는 다가올 불편한 결말을 말하는 듯하다.

스톤웰 인베스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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