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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볼→공장일→3쿠션 세계선수권 16강…최완영 인생변천사

중앙일보

입력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세계 3쿠션 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른 최완영. [사진 대한당구연맹]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세계 3쿠션 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른 최완영. [사진 대한당구연맹]

포켓볼 선수→공장일→3쿠션 선수.

덴마크 대회, 한국인 6명 중 홀로 생존 #포켓 출신, 가족반대로 물류회사 다녀 #3쿠션 전향, 독특한 폼에 두께 계산 잘해 #"한때 공장서 일했는데 태극마크 감격"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중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최완영(35·충북당구연맹). 그의 인생 변천사는 드라마틱하다.

최완영은 29일(한국시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모리 유스케(일본)를 31이닝 끝에 40-32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는 전세계 당구고수 48명이 출전한다. 한국선수 중 김행직(3위), 조재호(12위), 조명우(14위), 허정한(18위), 최성원(19위)은 세계랭킹 상위 16명에 포함돼 출전권을 얻었다. 반면 세계랭킹 87위에 불과한 최완영은 대륙별 쿼터로 가까스로 출전했다.

그런데 최완영은 조별리그에서 세계 4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32강에서 한국 톱랭커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최완영만 홀로 생존했다. 동료선수들은 “숨겨진 에이스”라고 박수를 보냈다.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세계 3쿠션 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른 최완영. [사진 대한당구연맹]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세계 3쿠션 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른 최완영. [사진 대한당구연맹]

최완영의 자세는 독특하다. 상체와 큐의 각도가 크게 벌어지고, 큐를 잡은 손을 뒤로 더 빼서 공을 맞힌다. 김정규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포켓볼 선수들의 자세다. 당구대의 면을 잘 맞히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최완영은 고교시절 포켓선수로 활약하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 25살에 가족의 반대로 그만뒀다. 이후 2년간 충남 천안의 LCD 물류회사에서 일했다. 아예 큐를 잡지않고 당구와 인연을 끊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방송을 보고 3쿠션에 도전하게됐다. 라네르스에서 만난 최완영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포켓볼 선수로 활동한 덕분에 공의 두께를 계산하는건 자신있다”고 했다.

2013년 선수등록을 한 최완영은 3쿠션 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초반에 애를 먹었지만 올해 2차례 전국대회 준우승을 거뒀다. 포켓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이제는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해준다.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최완영은 “개회식에서 펑펑 울었다. 한때 공장에서 일했는데 태극마크를 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16강전은 30일 열린다. 최완영은 “잃을게 없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욕심이 좀 생긴다”고 했다.

라네르스(덴마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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