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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문제 ‘좌클릭’하는 美대선후보들…최소시행 원칙도 삭제

중앙일보

입력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낙태 이슈에 대한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입장이 과거보다 더 진보적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지금껏 낙태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안전하고 합법적이지만 최소로 시행돼야 한다(safe, legal and rare)”는 것이었는데, 여기에서 “최소(rare)”를 빼면서 진보적 색채가 한층 강해졌다는 것이 골자다.
낙태 이슈는 미국 사회 문제 중 정치 성향에 따른 찬반이 가장 극렬히 갈리는 이슈로 이와 같은 입장 변화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미주리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 앞에서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나란히 서서 시위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미주리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 앞에서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나란히 서서 시위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25일 “낙태권 문제에서 민주당은 안전·합법·최소의 원칙을 넘어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가장 놀라운 변화는 낙태권에 대한 후보자들의 톤이 매우 당당해졌다(unapologetic)는 사실”이라며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낙태 반대론자들과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안전하며 합법적으로, 그러나 최소한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2020년 대선에 출마하는 버니 샌더스 의원은 이를 “안전하며 합법적일 뿐 아니라 (낙태를)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접근 가능해야(accessible) 할 것”이라고 바꿨다고 보도했다.

美 민주당 ‘안전·합법·최소’ 원칙에서 #‘최소’ 빼고 보건권 주장 나섰다 #공화당은 낙태 전면 불법화 움직임

과거 민주당이 낙태 자체가 아닌 낙태를 선택할 권리에 집중했다면 2020 대선 후보자들은 낙태를 ‘보건권’의 일부로 개념화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낙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여성의 선택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후자는 낙태가 나쁜 것이라는 전제 자체를 거부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는 “낙태는 보건권이며 보건권은 인권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유타주에서 여성들이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나는 당신의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낙태권은 인권" 등의 문구가 보인다. 옷걸이는 낙태가 금지된 지역에서 여성들이 뾰족한 막대기나 옷걸이 같은 도구로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태 합법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유타주에서 여성들이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나는 당신의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낙태권은 인권" 등의 문구가 보인다. 옷걸이는 낙태가 금지된 지역에서 여성들이 뾰족한 막대기나 옷걸이 같은 도구로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태 합법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AP=연합뉴스]

낙태 허용 범위에 대한 견해도 달라졌다. 24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NYT의 질문에 여론조사 하위권인 조 세스탁 후보만이 유일하게 "24주 이후 낙태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 24주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시점이다. 나머지 후보는 후기 낙태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여성은 태아의 출생 직전까지도 임신을 끝낼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샌더스는 지난 9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다만, 이와 같은 상황은 극히 드물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질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내 낙태 찬반론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후기 낙태를 허용하고 낙태를 보건권의 일부로 개념화하는 반면 보수 측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낙태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공화당 텃밭인 앨라배마주에서 통과된 낙태금지법안은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를 불허한다. 올해 초 조지아·켄터키·미시시피·오하이오 주지사들은 태아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6주부터 임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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