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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 박주민의 혁신안…민주당부터 냉담했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위(위원장 박주민)가 28일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초 특위 출범 후 5개월여 만이다. 6건의 법 제·개정 사항으로 이뤄진 혁신안은 ▶의사일정과 안건 결정 시스템화 ▶국회의원의 회의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penalty·벌칙) 도입 ▶국민소환제 도입 추진 등이 핵심이다.

의사일정과 안건 결정 시스템화와 관련해서는 상시 국회 운영, 상임위·소위원회 회의 정례화, 법제사법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와 운영위 재의 절차 도입,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처리 기간 단축(최대 330일→45일), 숙의 절차(최대 90일, 청문회 필수) 도입 등 국회법 개정 사항이 담겼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 투표로 분주하다. [뉴스1]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 투표로 분주하다. [뉴스1]

회의 불출석 페널티는 국회의원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회의·위원회 회의 전체 출석 일수의 10% 이상 결석할 경우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10~20% 결석 시 -10%, 20~30% 결석 시 -20%, 30~40% 결석 시 -30%)하는 내용이다. 세비 삭감 기준과 동일한 결석비율 구간별로 30일·60일·90일 이상의 출석정지와 최대 제명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마련했다.

특위는 특정 정당이 회의를 보이콧(boycott·거부 운동)하는 경우 해당 정당에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을 감액(회의 일수 당 본회의는 5%, 상임위는 0.5%, 최대 30%까지)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국회의원이 청렴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소환할 수 있도록 하고, 유권자 5%의 요구가 있으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소환 사유를 검토하게 하는 국민소환제법 제정안도 포함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특위 회의에서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 혁신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박주민 특위 위원장은 “의사일정과 안건 결정 자동화, 회의 불출석 페널티 등에 동의하는 야당 의원도 많다”며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실제 입법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의 협조는 물론, 당장 혁신안을 발표한 민주당 안에서부터 반대 기류가 감지된다. 한 특위 관계자는 이날 발표 직후 국민소환제를 콕 집어 “난 반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 대의 기능은 공공선을 위해 행사돼야 하는데,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이 특정 이해관계나 지지층만 대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국회는 ‘작은 정글’이 되고 만다”는 이유를 댔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도 “특정 정당이 당의 지역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했을 때, 그 의원은 4년 내내 소환 요구에 휘둘릴 것”이라며 “정쟁을 유발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회의 불출석 페널티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나온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회의를 보이콧하는 것 자체도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시”이라며 “정치를 어떤 좁은 틀에 가두는 게 과연 바람직한 혁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세비 삭감의 정당성을 설득하며 ‘초기 영국 의회는 세비가 없었다’고 하는데 실소가 나왔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조건이라고 보는 건가”라고도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박 위원장은 “그래서 경상보조금 삭감에 상한을 둔 것”이라면서도 “그러한 정치적 결단에 따른 불출석도 페널티를 감내하고 하는 게 맞다. 그런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사정이 이런 탓에 민주당은 이달 초부터 매주 월요일에 열린 정례 의총에서 혁신안과 관련해 총의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당론 지정 여부는 발의된 법안을 논의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 특위 관계자는 “당론으로 지정하기는 어렵겠지만, 혁신안 중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몇 가지 법안은 총선 뒤에라도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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