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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이어 편의점도 '이민' 간다··· 일자리도 날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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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해외로 떠나는 유통매장

롯데쇼핑이 27일 인도네시아에서 개점한 롯데마트 찌마히점 외관. [사진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27일 인도네시아에서 개점한 롯데마트 찌마히점 외관. [사진 롯데쇼핑]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줄줄이 해외 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포화 상황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유통산업이 규제에 막혀 해외 출점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기업 해외 진출 속사정 #출점거리 제한에 월 2회 의무휴업 #국내에 새 점포 열기 점점 힘들어 #이마트 해외에 3년 내 31곳 목표 #롯데마트도 인도네시아에 100곳 #“소상공인 도우려다 일자리 놓쳐”

롯데마트는 27일 인도네시아에서 48호점(찌마히점)을 개점했다. 다음 달이면 49호점(빠칸사리점)·50호점(뜨갈점)도 인도네시아에 문을 연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인도네시아에서만 100개의 점포를 개설하는 게 목표다.

늘어나는 대형마트 해외 점포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늘어나는 대형마트 해외 점포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14개 점포를 운영 중인 베트남에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소매점 브랜드 7위에 오른 롯데마트는 2023년까지 50개 매장을 베트남에서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양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난해까지 4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했던 이마트는 올해 매장수를 8개로 늘렸다(자체브랜드 전문매장 포함). 향후 3년 이내 매장수를 31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베트남에 4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19일 경제4면

롯데쇼핑이 27일 개점한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찌마히점 내부 모습. [사진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27일 개점한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찌마히점 내부 모습. [사진 롯데쇼핑]

국내 마트 감소할 때 해외점포 18% 늘려

베트남 호치민시티 내 이마트 고밥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노브랜드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이마트]

베트남 호치민시티 내 이마트 고밥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노브랜드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이마트]

활발한 해외 출점과 대조적으로 국내 점포수는 거의 그대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개 대형마트 국내 점포수는 2016년(408개)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405개·2019년). 올해만 3개 점포를 폐쇄했다(롯데마트덕진점·이마트덕이점·이마트서부산점).

대형마트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린 건 국내 출점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어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에서 반경 1㎞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한다. 영업 중인 대형마트도 매달 2번은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영업시간(0시~10시)도 제한받는다.

정체한 대형마트 국내 점포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정체한 대형마트 국내 점포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또 오는 12월 28일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적용한다.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 상권 영향평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를 신규 출점할 때 음식료품 등 종합소매업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해서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다면, 12월 28일 이후엔 의류·가구·완구 등 전문소매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보고해야 한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정부 규제 때문에 도시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외곽 지역도 인근 상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부지를 확보하고도 출점을 못 한다”며 “여기에 추가 규제가 더해지면 사실상 국내 출점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해외 시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롯데마트 2023년 해외매장 161개 목표

주요 편의점 해외 매장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주요 편의점 해외 매장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편의점 업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한참 세를 불리던 국내 주요 편의점은 올해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자율협약 형태로 편의점에 근접출점 제한 규제를 적용하면서다. 50m(농촌)~100m(도시) 이내에서 담배소매점이 있을 경우 신규 편의점을 개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내 4개 편의점 순증점포수(1905개·1~9월 누적)는 지난해 같은 기간(2229개) 대비 17% 감소했다.

규제에 막힌 편의점업계가 눈을 돌린 곳도 동남아시아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몽골 시장에 진출한 씨유(CU)는 연말까지 몽골 매장을 55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최초로 베트남에서 점포를 연다. 2022년까지 해외 매장 수를 3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편의점 GS25 역시 현재 60개인 해외 매장 개수를 2028년까지 2000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몽골에 문을 연 한국 편의점 씨유(CU). [사진 BGF리테일]

몽골에 문을 연 한국 편의점 씨유(CU). [사진 BGF리테일]

“규제 부적용 검토 못 한 풍선효과”  

국내 유통사가 해외 출점에 주력하는 상황을 두고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풍선효과는 특정 현상을 억제하려고 도입한 규제가 의도치 않게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산업발전법·근접출점규제는 전통시장·소상공인을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도지만, 국내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정부가 세밀한 고찰 없이 규제를 들이밀면서 유통업계가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 출점을 택했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마트 매장에 진열한 한국제품을 현지인이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마트 매장에 진열한 한국제품을 현지인이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전문가는 이와 같은 현상이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 목표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산업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라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 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하고 정부의 출점 규제가 강화하면서 국내 유통산업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유통산업의 창출하는 일자리가 정체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또 “빠르게 변하는 유통산업 현실에서 뒤늦게 규제를 푼다고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마이스(MICE)나 테마파크·관광산업 등 유통 인접 산업과 연계해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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