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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콸 솟구치는 42도 온천 vs 인증샷 부르는 호텔 온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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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통 온천 vs 럭셔리 온천

뜨겁다고 다 온천이 아니다. 수질은 기본, 사진도 잘 나와야 손님을 끈다. 부산 기장의 워터하우스는 근래 들어선 가장 세련된 온천이다. 지하 3층 실내 성인풀은 온천이 아니라,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백종현 기자

뜨겁다고 다 온천이 아니다. 수질은 기본, 사진도 잘 나와야 손님을 끈다. 부산 기장의 워터하우스는 근래 들어선 가장 세련된 온천이다. 지하 3층 실내 성인풀은 온천이 아니라,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백종현 기자

고개만 빼놓고 뜨끈한 물에 잠겨 있노라면, 온갖 평온이 찾아온다. 온천의 위력이다. 올겨울엔 기습 한파가 잦다고 하니, 온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우리나라에는 온천이 598개나 있다. 물 좋기로 이름난 고장도 도처에 널려 있다. 알칼리니 유황이니, 피부나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느니, 지역과 이름은 달라도 따라붙는 설명은 대략 비슷하다. 그 가운데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과 부산 기장의 ‘워터하우스’는 단연 특별한 존재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이요, 워터하우스는 근래 들어선 가장 고급스러운 온천이다.

고려 시대부터 터졌다

덕구계곡의 원탕. 42.4도의 온천수가 솟구친다. 백종현 기자

덕구계곡의 원탕. 42.4도의 온천수가 솟구친다. 백종현 기자

덕구온천은 자연 용출 온천이다. 모터를 돌려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이 아니라, 저절로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는 원탕(源湯)이란 뜻이다. 경북 응봉산(999m) 동쪽 기슭의 덕구계곡. 따뜻한 물이 솟아 예부터 ‘온정(溫井)골’로 불린 이 골짜기에 원탕이 숨어있다.

덕구계곡은 워낙 후미진 심심산골이다. 온천리조트 초입에서 계곡으로 들면, 이내 휴대폰 신호가 멈춘다. 다행히 길은 쉽다. 온천수가 흐르는 파이프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그 관만 따라가면 원탕이 나온다.

덕구계곡의 또 다른 재미. 금문교를 시작으로 세계 유명 다리를 본뜬 12개 다리와 여러 폭포를 잇따라 만난다. 다섯 번째 다리 크네이교에서 내려다보는 용소폭포의 경치가 유독 시원스럽다.

송수관을 타고 온 온천수가 노천탕으로 곧장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송수관을 타고 온 온천수가 노천탕으로 곧장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열두 번째 다리 장제이교를 건너면 원탕이다. 파이프 끄트머리의 돌탑 위로 온천수가 2m 가까이 솟구치는데, 더운 김이 훅훅 뿜어져 나오는 게 얼핏 봐도 온도가 상당하다. 바로 옆 족욕탕에 발을 담그니, 온몸으로 온기가 퍼진다.

덕구온천의 역사는 길다. 고려 때 멧돼지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전설을 믿자면 630년을 훌쩍 넘긴다. 덕구온천에서 30년을 일한 남기호(74)씨는 “1970년대엔 온천공 주변에 대충 바위를 쌓아두고 몸을 지졌다. 이용료가 300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산 아래 온천장(지금의 덕구온천리조트)이 생긴 건 83년의 일이다.

덕구온천의 딸기탕. 백종현 기자

덕구온천의 딸기탕. 백종현 기자

원탕 옆에 작은 당집이 있다. 원탕이 마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천 직원들이 매달 한 번씩 산신께 제를 올린단다. 덕분인지 원탕에서는 요즘도 하루 평균 1800t의 온천수가 솟는다. 평균 온도 42.4도. “데우거나, 다른 물을 섞는 일 없이 용출된 그대로 온전히 온천에 공급한다”고 덕구온천리조트 원소월 부장은 설명한다. 덕구온천은 열 곳뿐인 국민보양온천 가운데 하나다. 수온(35도 이상)과 성분, 시설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찬바람 맞으며 계곡을 빠져나오니 육신이 천근만근. 리조트에 짐을 풀고, 곧장 온천으로 향했다. 노천탕에 몸을 누이니 온몸이 살살 녹는다. 노천탕에 틀어 앉아 응봉산을 한참 바라봤다. 추위가 어느새 낭만으로 바뀌었다.

울진 덕구온천 이용정보

리조트에서 매일 오전 7시 계곡 트레킹 프로그램을 연다. 왕복 8㎞ 코스로, 2시간이 걸린다. 가이드가 무료 안내를 맡는다. 대온천장은 오전 6시~오후 10시, 스파 시설은 오전 10시~오후 7시 운영. 요금(스파 포함) 평일 어른 1만8000원, 어린이 1만2000원. 12월 20일부터 성수기 요금(어른 3만5000원, 어린이 2만6000원)을 받는다. 투숙객은 40%를 깎아준다.

미인 온천이 여기 있었네

워터하우스의 노천탕. 한겨울에도 40도를 유지한다. 백종현 기자

워터하우스의 노천탕. 한겨울에도 40도를 유지한다. 백종현 기자

긴말 필요 없다. 인스타그램에서 ‘워터하우스’를 검색해보시라. 한번쯤 꿈꿔 봤을 인생 샷의 표본 같은 사진이 수백장 쏟아진다. 워터하우스는 2017년 부산 기장에 들어선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에 있는 온천이다. 회원제로만 운영하는 리조트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달리, 일반인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아난티 코브 지하 2~4층에 자리한 워터하우스는 지하지만, 지하가 아니다. 해안으로부터 경사를 따라 비스듬한 자세로 온천이 들어앉아 있어서다. 온천에서는 바다나 산책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해안에서는 담벼락 너머의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 온천과 차이는 확연하다. 보양보다 멋과 여유가 우선이다. 400명이 입장하면 출입을 막는다. 혼잡을 막기 위해서다. 수영복 차림으로 지하 3층 실내 온천에 들어가면 갤러리에 온 듯하다. 완만한 곡선형 벽에, 바다 쪽으로 통창이 나 있고, 동굴 같은 내부에 스파 시설이 숨어 있다.

워터하우스 야외의 인피니티 온천 풀. 젊은 층에 인기다. 백종현 기자

워터하우스 야외의 인피니티 온천 풀. 젊은 층에 인기다. 백종현 기자

물은 어떨까.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26도의 온천수를 데워 사용한다. 탕 온도는 35도 안팎이다. 따뜻하다기보다 아늑하다는 느낌이다. 워터하우스 김병관 선임은 “피부가 민감한 어린이와 여성에게 맞춤한 온도”라고 말한다.

젊은 커플과 가족 단위 손님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이다. 지하 2층의 인피니티 온천 풀에는 특히 여성이 많다. 대부분이 휴대폰을 쥐고 몸을 담근다. 인피니티 풀은 인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도 있지만, 워터하우스 쪽이 훨씬 바다와 가깝다. 몸을 담그면, 말 그대로 풀 수면이 수평선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사진이 잘 나온다. 보습력이 뛰어나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온천을 일본에선 ‘미인 온천’이라 부른다. 워터하우스는 다른 의미의 미인 온천이다. 온천수도 온천수지만, 그림 같은 풍경 덕에 인물이 산다.

부산 워터하우스 이용정보

실내 온천은 오전 9시~오후 10시. 야외 온천 풀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야외 풀은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체크아웃 시간 이후 정오~오후 2시가 가장 한산하다. 호텔 셰프가 마련하는 주전부리 코너가 있다. 전복라면(1만1000원)과 부산 어묵(5000원)이 인기 메뉴다. 종일권 평일 기준 어른 6만원, 어린이 3만3000원. 힐튼 부산의 투숙객은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

울진·부산=글 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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